대구지하철 대참사가 빚어진 지 하루가 지났으나많은 시민들은 "왜 대형사고를 초래했냐"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들이다. 특히 "지하철내 전동차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빨리 달아나면 되지 않느냐?" "전동차가 쉽게 불에 탈 수 있냐?"고 갖가지 의문점을 제시했다. 시민들이 품고 있는 미스터리들을 대구지하철공사와 소방본부, 경찰 등의 도움을 받아 쉽게 풀이해 본다. △왜 유독가스가 방출됐나? 전동차가 불에 타면서 발생했다. 불과 1-2분만에 시꺼먼 연기가 전동차와 플랫폼을 가득 채우고, 3-4분만에 역 출입구로 솟아 올랐다. △전동차가 불에 약하나? 전동차 재질은 불에 약한 부품으로 구성돼 있다. 실내 장판과 천장판이 섬유강화 플라스틱(FRP), 바닥이 염화비닐, 의자가 폴리우레탄폼, 기타 부품이 폴리에틸렌폼으로 각각 제작됐다. 소방 관계자는 "이들 재질은 일단 불에 점화되면 고열을 내고, 유독가스를 방출한다"고 설명했다. △왜 내연성 부품을 사용하지 않나? 대구지하철 전동차들은 물론 부산지하철 1.2호선의 전동차도 같은 품종이다. 부산지하철공사는 3호선의 경우, 내연성 부품으로 제작한 전동차를 공급할 계획이다. 현행법상 전동차를 내연성 부품으로 제작하도록 한 규정이 없다. 선진국은 내연부품을 이용하고 있다. △방화범이 불을 지른 기름은? 휘발성이 강한 시너 등으로 추정된다. △소화기로 초기 진압을 못했나? 객차마다 2개의 소화기가 앞뒤에 있으나 미처 사용하지 못했다. 일부 시민은 분신 자살로 착각하고, 방화범의 옷에 붙은 불을 꺼주려고 했다. 불과 1-2분만에 전동차안에 시꺼먼 연기를 뿜어내 시민들도 뒤늦게 대피하기에 바빴다. △유독가스가 승강장까지 퍼지는 3-4분동안 출구로 달아날 수 없었나? 불이 난 (1079호 전동차) 객차의 승객들은 대부분 피신했으나 나머지 5량의 승객들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객차는 정원 113명 및 124명 등 2개종류로 객차당 평균 40여명이 탑승했었다. △맞은편의 1080호 전동차는 왜 사고현장에 진입했나? 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채 기관사에게 `주의'만을 통보해 계속 진입했다. △1080호 전동차는 사고현장 도착 후 시꺼먼 연기를 보고 왜 곧바로 통과하지 않았나? 기관사도 사고상황의 심각성을 전혀 몰랐다. 도착하자마자 전동차 문이 반자동으로 열렸다가 기관사가 수초만에 (수동으로 조작해) 닫았다. 기관사는 무선통신과휴대폰으로 종합사령실과 수분동안 상황 대처방안에 대해 통화했다. 화재 발생 후 자동단전 조치로 전동차가 움직이지 않았다. 지하철공사도 몇차례 전력 재공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기관사는 경찰조사에서 10분가량 문을 닫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차량기지에 견인된 전동차의 문이 왜 닫혀있나? 기관사는 뒤늦게 문을 열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으나 소방본부에 따르면 대부분의 문이 닫혀 있었다. 이로 인해 희생자가 컸다. 열린 문은 일부 승객들이 수동 레버를 조작해 개방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3-5호 객차의 희생자가 많은 것은 문을 열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동차 운행방법은 자동과 반자동 등 두가지로 당시 반자동으로 운행 중이었다. 반자동은 열차 운행과 정지, 문열기만 자동으로 이뤄지고, 문을 닫는 것은 기관사가 수동 조작해야 한다. △희생자가 많은 다른 이유는? 출근 시각이 1시간가량 지난 오전 9시 55분으로 부녀자와 노인, 청소년 등의 승객이 많아 비상 대처에 약점을 드러냈다. △전동차의 수동 레버는 어디있나? 출입문 옆의 의자 밑에 있다. △비상시 지하 플랫폼의 환기시스템이 가동하지 않나? 환기시스템은 일반제품과 같이 급.배기만 되는 것으로 비상시 출력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대구=연합뉴스) 박순기기자 park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