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무보험 상태로 달리는 지하철.' '도시민의 발'로 불리는 지하철이 여객기 여객선은 물론 도시버스 고속버스 등 다른 대중교통에 비해 사고보상 시스템이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적으로 연인원 24억명(작년 기준)을 실어나르며 '대중교통의 대명사'로 불리는 지하철이 재해에 대비한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쥐꼬리만한 액수의 보험에 들어 있어 이번 대구 사고와 같은 대형 참사가 발생할 경우 경제적으로 거의 '속수무책'인 것으로 밝혀졌다. 교통 및 재해 전문가들은 "대표적 대중교통 수단인 지하철이 더 이상 시민을 볼모로 하는 '사실상의 무보험 운행'을 막기 위해 지하철 재해보험 체계에 대한 대폭적인 손질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 부산지하철은 책임보험 가입도 안해 =이번 대구지하철 방화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대구지하철공사로부터 받는 보상금은 7백70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공사가 고작 10억원의 배상책임(1인당 4천만원)보험에 가입한데다 이를 1백3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자 수로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과 인천지하철공사도 대구와 같은 수준의 보험에 가입했다. 부산지하철은 한술 더 떠 아예 인적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부산교통공단 관계자는 "부산은 그동안 인적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아 보험료를 지급하는 경우가 없었다"며 "가뜩이나 적자 운영을 하고 있는 공단이 보험료까지 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대중이 이용하는 지하철은 대형 사고가 일어날 경우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보상한도가 10억원에 불과한 보험에 가입한 것은 공공기관의 안이한 사고대책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항공사 등 다른 교통수단은 어떤가 =항공사들은 이미 여러 차례 대형 사고를 경험한 탓에 보상체계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아시아나항공 강성훈 부장은 "승객 피해보상을 위해 사고당 1조2천억원의 보험에 들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이종욱 차장은 "항공사들은 비행기 추락으로 지상에서 발생하는 인적 물적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제3자 보험에도 가입한다"고 설명했다. 선박회사도 막대한 보험료를 물면서 보상액수가 많은 보험을 들고 있다. 동양고속훼리 정상훈 과장은 "지난 93년 발생한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 이후 여객사들이 재난에 대비한 보험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며 "승객 1인당 1억5천만원의 보상금이 돌아가도록 한국해운조합 보험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철도도 지하철보다는 상황이 낫다. 철도청 안동수 사무관은 "지난해 11월 총한도 20억원, 1인당 최고 보상액 1억원의 보험에 가입했다"며 "지하철처럼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지만 승객의 안전을 위해 연간 5억9천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 대책은 =교통 전문가들은 지하철도 사고에 대비해 인적보험에 반드시 가입토록 법규를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교통개발연구원 윤장호 박사는 "지하철공사가 빚더미에 앉아 있어 보험료가 부담이 되겠지만 보상액수가 높은 보험에 가입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고 정부도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