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전동차 화재가 대형참사로 이어진 원인으론 △ 불붙은 각종 플라스틱 광고판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독가스 △반대편 전동차 기관사의 판단 착오 △지하철의 비상대응시스템 미비 등이 꼽힌다. 우선 직접적인 원인은 전동차에서 발생한 유독가스였다. 방화범을 제지하다 피신한 석모씨(35.여)는 "3,4분만에 지상으로 피했는데 이미 시커먼 유독가스가 솟았다"고 말해 이를 입증했다. 전동차 실내 장판과 천장판이 섬유강화 플라스틱(FRP), 바닥은 염화비닐 등으로 구성돼 화재시 유독가스를 뿜어냈다. 의자 시트 등에는 난연(難煙)처리가 돼 있지만 객차 내부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광고용 종이나 플라스틱 아크릴판 등의 소재는 불을 확산시켰다. 전동차내 화재 진압 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전동차의 객차에는 물을 뿌려주는 스프링클러 시설이 없었다. 화재 진압 장비만 제대로 갖춰졌다면 조기 진압이 가능하고 최소한 수십명의 인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관련 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형참사의 또 다른 원인은 승객들이 전동차 문을 수동으로 열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동 레버는 의자 밑에 있지만 승객들이 긴급 상황에 허둥대다가 문을 열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중앙로역은 대구시내 중심지로 연결돼 지하철 1호선 가운데 이용객이 가장 많은 곳으로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이 지난 오전 9시55분에는 부녀자와 노인층 등의 이용객이 많아 큰 인명피해를 낸 것으로 추정됐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