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대참사는 최초 화재가 발생했던 전동차보다 오히려 맞은편의 전동차에서 훨씬 더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대구지하철공사가 안전 수칙을 무시한 채 사고 상황에 안일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18일 오후 8시 현재 맞은편 1080호 전동차(기관사 최상열)의 6량 중 3.4호차 등에 모두 수십 구의 사체가 늘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전체 사망자 51명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처음 불이 난 1079호 전동차(기관사 최정환) 이상으로 희생자가 많은 것은 지하철공사의 판단 착오와 늑장 대처가 큰 원인이 됐다. 1080호 승객 황모(40.여)씨는 "전동차가 사고현장에 도착했을 때 유독가스로 캄캄했다"면서 "문이 열린 뒤 몇 초 사이에 닫혔다가 '곧 출발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5분여 후에 다시 문이 열리고 '하차하세요'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고 말했다. 다른 승객 이모(27)씨도 "정확한 상황을 모른채 전동차 안에 있다가 뒤늦게 '대피하라'는 방송을 듣고 인파에 떼밀려 빠져 나왔다"고 말했다. 전동차가 사고현장인 중앙로역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사고 발생 4분만인 오전 9시 57분에 과전류로 자동 단전이 됐기 때문이다. 전기 동력으로 움직이는 전동차가 단전으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 지하철공사 전력사령실은 1분후에 1080호 전동차를 통과시키기 위해 전력 재공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밝혔다. 종합사령실과 전동차의 무선 통화도 두절됐다. 결국 전동차 기관사 최씨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 없어 홀로 고민하다가 뒤늦게 문을 열고 대피 방송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승객들은 단전 조치로 방향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채 갈팡질팡했으며, 상당수는이미 유독가스에 질식해 전동차 안에서 쓰러졌다. (대구=연합뉴스) 박순기기자 park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