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전동차 화재가 대형참사로 이어진 직접적인 원인은 전동차에서 발생한 유독가스 때문이다. 방화범을 제지하다 피신한 석모(35.여)씨가 "3-4분만에 지상으로 피했는데 이미시꺼먼 유독가스가 솟았다"고 말해 이를 입증했다. 전동차는 재질은 불에 약한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전동차 실내 장판과 천장판이 섬유강화 플라스틱(FRP), 바닥이 염화비닐, 의자가 폴리우레탄폼, 기타 부품이 폴리에틸렌폼으로 구성돼 있다. 소방 관계자는 이들 제품이 화재 때 모두 유독가스를 방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동차는 한진중공업이 독일 지멘스 등으로부터 수입한 부품으로 제작해 대구지하철공사에 넘겼으며, 지난 97년 5월 12일부터 운영했었다. 대형참사의 또다른 이유는 첫 화재가 발생한 1079호 전동차에다 반대 차선의 1080호 전동차마저 불탔기 때문이다. 대구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은 "대형 사고를 예상하지 못하고, 반대 차선의 전동차 진입을 막지 않았다"고 밝혔다. 1079호 전동차가 중앙로역에 도착한 시각은 18일 오전 9시 52분 35초. 전동차는 30초간 정차한 뒤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방화범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다. 종합사령실이 화재 발생을 알고 소방본부에 연락한 시각은 2분여 후인 오전 9시55분. 1080호 전동차는 오전 9시 56분 45초 화재 사실조차 모른 채 중앙로역에 진입해변을 당했다. 결국 1080호 전동차는 화재 발생 4분만에 화재현장에 도착한 셈이다. 1080호 전동차가 중앙로역 바로 전 대구역에서 출발한 것은 9시 55분 35초. 종합사령실이 1080호 전동차를 화재현장 이전에 정지시키거나 특히 통과시켰다면 대형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다. 1080호 전동차가 중앙로역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화재현장에 도착한 뒤 전기가차단돼 운행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종합사령실은 9시 57분에 단전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단전 조치를 하지 않으면, 전기를 통해 케이블로 불이 옮겨 붙기 때문이라는 것. 단전 조치는 암흑 천지의 지하에서 승객들이 출구를 제대로 찾아 나오지 못한원인이 됐을 수도 있다. 종합사령실은 "아마 비상등이 켜져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형참사의 원인은 승객들이 전동차의 문을 수동으로 열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동 레버는 의자 밑에 있지만 승객들이 긴급 상황에 허둥대다가 문을 열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도 사고현장은 대구시내 중심지로 지하철 1호선의 이용객이 가장 많은 곳이다. 직장인들의 출근 시각을 지난 오전 9시 55분에 부녀자와 노인층의 이용객들이많아 큰 인명피해를 낸 것으로 추정됐다. 종합사령실은 "전동차와 플랫폼은 전기시설에 의해 움직여 스프링클러를 설치할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구=연합뉴스) park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