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차량 총격,대구의 지하철 방화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언제 어디서 제3의 희생자가 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모방범죄도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유형의 범죄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과소비와 향락,인명 경시 풍조 등 사회 병리현상과 연관된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잇따르는 불특정 대상 범죄=이달들어 부산시내에선 운행중인 차량에 대해 총을 발사하는 엽기적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부산의 총격사건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선 유사한 사례가 속속 접수되고 있다. 지난 13일 부산 안락동 SK아파트 앞길에 세워져 있던 김모씨(44)소유의 18톤 화물차의 적재함이 불에 탔다. 이어 20분쯤 뒤 300미터 떨어진 크로버아파트 앞길에 주차돼 있던 박모씨(44)의 4.5 화물차가 불에 탔으며 30분 후 1㎞쯤 떨어진 주택가에서 박모씨(42)의 승합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7일에는 대구시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차량화재가 불과 10여분 사이에 세건이나 일어났다. 지난 12월초부터 대구시 동구와 북구, 중구, 수성구 등에서 일어난 차량방화는 총 27건으로 이중 20여건은 동일범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회병리현상 치유가 필수=한국사회병리연구소의 백상창 소장은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지고 사회가 다원화되는 가운데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분노와 좌절감을 통제하지 못하면서 불특정다수를 향한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범행을 저지르는 범인들은 '나는 피해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그들이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국대학교 곽대경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신의 사회부적응을 '사회탓','네탓'으로 돌리는 한계상황의 사람들이 잠재돼있는 공격성을 밖으로 표출하고 있다"며 "일본의 옴진리교의 테러와 같은 조직적인 테러와는 다른 유형의 범죄"라고 말했다. 경기대 대학원 김시업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대중매체를 통해 충격적인 범죄사건이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는 등 사회구조가 범죄를 촉발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경비와 시간이 필요한 사회적 대책보다는 주변의 낙오되고 소외된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는 사회복지체계를 조성함으로써 이같은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