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대구 지하철 1호선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 30명 이상이 숨지는 대형참사가 발생하면서 지하철내 각종 사건이나 사고에 대한 안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지하철이 도로나 건물 등과는 달리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밀폐된 지역인데다 수 천명이 한꺼번에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화재 등 사건.사고 발생때 대형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누전 등에 의해 불이 나는 것과는 달리 이번처럼 고의로 불을 지르는 경우 승객들은 커다란 콘테이너 박스 안에 갇힌 상태에서 별다른 자구노력을 해보지도 못한 채 당할 수 밖에 없어 유사 사례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는 세계적 규모를 자랑하는 서울의 지하철 현황만 보더라도 그 우려가 더욱 커진다. 서울의 지하철은 모두 8개 노선에 운행거리만 해도 대구 지하철(25.9㎞)의 10배가량인 286.9㎞로 단 6.5㎞만이 지상구간일 뿐 나머지 280㎞ 가량은 모두 지하 구간을 운행한다. 또 지하철 역사는 모두 262곳으로 이 가운데 1호선과 7, 8호선 일부 역사를 제외한 239곳이 지하에 위치해 있어 그 만큼 대형사건.사고의 가능성이 큰 상태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역사나 객차내 사건.사고에 대한 안전방재대책이나 시설은 원리적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 내에는 자동화재탐지장치와 스프링클러, 천장을 따라 유독가스가 퍼지는 것을 막는 제연경계벽, 전기가 나가더라도 자동으로 켜지는 비상등 등의 방재시설이 설치돼 있지만 지하철 객차 내에는 이같은 시설이 전혀 없고 객차당 2개씩 비치된휴대용 소화기가 고작이다. 또 객차내 의자 시트를 난염처리된 소재로 사용, 불이 잘 붙지 않도록 하고 페인트도 불에 구은 `소부 페인트'를 칠해 유독가스가 잘 발생하지 않도록 했지만 정작 객차 내부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광고판은 종이나 플라스틱, 아크릴판 등의 소재여서 불이 잘 붙고 불이 나면 유독가스도 심하게 내뿜게 된다. 이와함께 객차내 출입문 쪽에 비상스위치를 설치, 비상시에 누르면 자동으로 정차하고 문을 수동으로 열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인터폰을 통해 기관사에 즉각 연락할수 있도록 했지만 이번처럼 승객들이 우왕좌왕하며 한꺼번에 몰리는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여기에 지하철 운행당국은 `이상발생 때 차내방송을 통한 승객 안정' `안전한 차량으로 승객 유도' 등 기관사와 차장에 대한 `지하철 화재예방대책'을 마련, 운영중이지만 원칙적인 수준인데다 정작 승객에 대한 대책이나 교육, 홍보 등은 제대로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서울소방방재본부가 소방대상물 가운데 지하철 역사에 대해서는 특수장소로 규정, 스프링클러나 소화전 비치, 진압대책 등에 대한 점검을 2년에 1회씩 벌이고 있지만 객차는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지하철 관계자는 "일차적으로 승객들이 열차내 비치된 소화기로 현장에서 바로 불을 끄지 못해 참사로 이어진 것 같다"며 "열차내 화재 때 승객들이 핸드폰으로 119에 연락하면 곧바로 종합사령실과 기관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등 종합대책을 마련,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aup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