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께 5천만원 정도 하던 점포 권리금이 청계천 복원 때문에 지금은 아예 없어졌습니다. 복원 공사가 시작되면 장사가 안될 게 뻔한데 누가 새로 가게를 내려고 하겠습니까."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 기본계획이 발표된 지 사흘이 흐른 14일 청계천 주변 상인들의 불만은 높아만 가고 있다. 상인들의 이러한 반응은 무엇보다 상권 보호대책이 거의 없기 때문.상가 건물 여기저기에는 '청계천 상권을 무시한 복원 정책 당장 중단하라' '생존권 보장 없는 청계천 복원에 절대 반대한다'는 플래카드가 나붙어 있다. 청계3가 아세아상가 안에 있는 4평 크기 점포에서 35년째 음향기기 판매상을 하고 있는 박창기씨(63·문화전기 사장)도 서울시의 보호대책이 부실하다고 느끼는 상인 중 한 명.박씨는 "이명박 시장이 청계천 복원 얘기를 꺼내기 전만 해도 점포가 비면 바로바로 찾는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딴판"이라며 "복원 공사가 시작되면 1년 안에 문 닫는 가게가 속출할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박씨는 "지금도 차 댈 곳이 없어 근처 골목에 대놓고 물건을 실어나르는 상황"이라며 "복원 공사가 시작되면 도로가 지금보다 더 막힐텐데 누가 힘들게 여기까지 물건을 사러 오겠느냐"고 반문했다. 청계천을 찾는 손님들이 용산전자상가나 테크노마트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는 얘기다. 청계천에는 현재 고가도로 외에 양쪽에 각각 2차로의 차선이 나 있지만 곳곳에 주차해 놓은 자동차들로 인해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박씨는 "상인들이 마음놓고 장사할 수 있게 해주고 나서 공사를 시작하는 게 순서 아니냐"며 "무작정 7월에 공사를 시작하겠다니 도무지 납득이 안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홍수 문제도 걱정거리다. 박씨는 "2년 전 집중호우가 쏟아졌을 때 가게에 20㎝ 정도 물이 찼다"며 "복개된 상태에서도 그랬는데 청계천의 '뚜껑'이 없어지면 청계천이 범람해 가게 전체가 물바다가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가 이런 문제에 대해 이해 당사자인 상인들의 양해를 먼저 구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맑은 물과 깨끗한 도심'이라는 말은 좋지만 지금처럼 아무런 대책도 없이 밀어붙이는 것은 '어린아이 불장난' 같아 영 믿음이 안간다"고 말했다. 청계천 주변 상인들이 모여 만든 청계천상권수호대책위원회는 15일 종묘에서 '상인 대책 없는 청계천 복원 반대' 집회를 연다. 이 위원회 일을 돕고 있는 박씨는 이날 가게 문을 닫고 집회에 나갈 생각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