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급발진 사고 원인이 차량의 기계설계상 결함에 있다고 본 원심을 뒤집은 판결이 나왔다. 이는 급발진 사고가 사회문제화한 지난 99년 이후 운전자와 차량 제조사가 지루한 법정공방을 벌인 결과 작년 1월 '시프트록(Shift Lock)'을 설치하지 않은 차량 제조사의 책임을 처음 인정했던 판결을 뒤엎은 것이다. 서울고법 민사22부(재판장 김이수 부장판사)는 14일 박모씨 등 차량 운전자 10명이 "차량 급발진 사고로 피해를 봤다"며 당시 대우자동차(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또한 1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고 불복해 항소한 차량 운전자 9명에 대해서도 원심대로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심은 시프트록이 장착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량 제조사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으나 시프트록은 원래 급발진 사고 방지 장치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때 차량에 설계상 결함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제조원가가 대당 3천5백원인 시프트록은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으면 변속레버를 주차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옮길 수 없게 한 장치다. 부수적으로 급발진 방지 기능이 인정돼 지난 99년 11월 자동차업계는 정부로부터 장착 의무화 권고를 받았다. 재판부는 "시프트록은 시동을 켜둔 채 운전석을 비운 사이 어린이들이 변속레버를 조작해 자동차가 움직이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며 "따라서 급발진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추정되는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을 막겠다는 것은 원래 목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박씨 등 42명은 지난 99년 5월부터 급발진 사고로 피해를 봤다며 대우차를 상대로 1인당 5천만∼6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