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려는 새 정부의 정책방향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한국경제신문사는 노동연구원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노사단체들과 공동으로 13일 여의도 63빌딩에서 비정규직 고용문제에 대한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를 가졌다. 이원덕 노동연구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안주엽 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비정규 노동시장 실태)과 정이환 서울산업대 교수(비정규직 정책과제)가 주제발표를 하고 이어 학계 재계 노동계 등 각계 전문가 10명이 토론에 나섰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실태와 정책방향을 놓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비정규직을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 하는 문제에서부터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논의를 벌였다. 주요 토론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일자리는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해야 생겨난다. 기업들의 투자가 촉진돼야 채용이 늘고 비정규직 수요가 줄어든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대우를 정규직 수준으로 높일 경우 비정규직의 취업기회 마저도 위축시킬 우려가 높다. 균등대우는 생산성에 준해야 한다. 시장의 힘을 잘 이용해 기업으로 하여금 정규직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박영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기획국장 =비정규직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임시직 고용은 객관적이고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로 엄격하게 제한해야 하며 계약이 반복 갱신되면 정규직으로 전환을 의무화해야 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선 관련 법개정을 사용자측과 재계가 요구하고 있으나 우리는 반대다. 노동계가 먼저 법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법원이나 노동관련 당국이 현재의 법과 기준을 엄격하게 해석해 적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고용안정성은 노동제도의 문제 외에 산업 변화의 속도, 기업 생사 및 상품 주기의 단축, 사회변동의 심화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과제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로만 몰아가서는 안된다. 제도로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고 경제 전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다. 정부가 내수경기를 부추기기 위해 돈을 풀면서 숙박음식업종 등에서 임시일용직 등 비정규직이 늘어난게 좋은 예다. 이동응 경총 정책본부장 =기업들에 지침을 내려 징벌보다는 예방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정규직 전환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 법 개정 없이도 충분히 해소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주진우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사업실장 =고용유연화의 실체는 해고의 용이성과 인건비의 절감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것은 기업측의 욕망일 수는 있어도 사회 전체의 가치로 되어서는 곤란하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당한 이유 없는 임금차별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임금이 절반이 될 정도로 차별을 받는 것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공격이다. 박영삼 국장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해서도 노동3권과 최저 노동조건을 보장해야 한다. 파견근로제도 행정감독을 강화하고 사용자의 직접 고용 의무도 명시해야 한다. 김재훈 한림대 법학부 교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직무 분석이 부족하고 수평 노동시장이 발달돼 있지 않은 우리나라 상황에서 실제 적용하는데 문제가 있다. 근로기준법상 차별금지 사유의 하나로 추가하고 구체적인 기준은 판례 등을 통해 축적.발전시키는게 바람직하다. 노진귀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는 법적 보호와 함께 기본권 행사 보장의 두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 기간제 근로자는 사유 규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시간제 근로자 문제는 엄격한 시간제한과 시간 초과시 할증률 부과로 해결해야 한다. 파견 근로제의 경우 파견을 노동시장상의 지위가 높은 전문직종에 한정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사업주와 노동자간 근로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임금도 명시해야 한다. 주진우 실장 =정규직 노동자가 수행하던 것을 특수고용 형태로 전환하려는 사용자측의 편법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파견노동자 제도 역시 '노동력 장사'를 통한 중간착위를 합법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없어져야 한다. 고용유연화를 주장하는 경영계 논리에 밀려 제정된 근로자파견법도 바뀌어야 한다. 최정기 전경련 사회본부 전문위원 =기간제 근로 계약의 사유 명시, 계약기간의 상한선 설정, 반복갱신 제한 등 기간제 근로계약에 대한 규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이는 계약자유의 원칙에 위배된다. 파견근로제도 대상 업종에 대한 제한을 폐지하고 사용기간 및 사용제한에 대한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 이동응 본부장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현행 노동관계법의 적용이 가능한 영역에서 근로감독행정을 강화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무분별한 고용형태 전환을 방지하고 근로계약기간 상한선을 3년으로 연장해 고용안정을 확보토록 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박영삼 국장 =비정규직의 노사관계를 안정시키고 권리구제의 효율성 확보를 위한 조치도 중요하다. 복수노조 금지조항을 폐지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구제 사건의 심판 및 이행명령을 1개월 이내로 신속화해야 한다. 산업별 교섭 및 노사협의도 촉진시킬 필요가 있다. 김재훈 교수 =기간제 근로자 보호방안의 경우 현실적으로 입법 가능한 최소 기준은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명문화하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는 기간제 근로자라도 장기간에 걸쳐 근무한 경우는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무효라고 판시하고 있다. 나영돈 노동부 고용관리과장 =노동시장이 유연하면서도 고용안정이 보장될 수 있는 묘안을 찾아야 한다. 법 제도 자체만으로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노동계나 경영계가 스스로의 개선점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서로 합의점을 찾질 못해 결국 정부가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해야 하는 압박을 느낀다. 노동계는 인건비를 낮추고 고용조정을 더 쉽게 할 수 있는 방안을, 경영계는 비정규직 고용안정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 제시해야 한다. 정리=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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