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동시장은 부분적으로 경직돼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고용불안이 문제가 될 정도로 유연하다. 특히 비정규 근로자의 고용불안이 사회적 문제다.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의 유연화보다는 안정화가 주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시급한 정책적 과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균등대우와 비정규직 근로의 남용에 대한 규제다. 균등대우는 비정규 근로자를 과다 활용할 유인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다. 남용 여부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전체적 규모뿐 아니라 그 내용 및 성격에 의해서도 판단돼야 한다.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 중에는 미국이나 유럽에서와 같은 파트타이머는 매우 적고 주로 고용이 불안정한 근로자들로 구성돼 있다. 균등대우를 제도화하려면 '고용 형태를 이유로 차별할 수 없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법제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근로기준법 5조(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해 남녀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며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해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의 사회적 신분 뒤에 '고용 형태'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 고용 형태라는 용어가 명료하지 않다면 시행령에 그 내용을 명시하면 된다. 근로기준법의 차별금지 조항도 보다 명시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현재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라는 조항을 '임금,복지 및 기타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로 구체화해야 한다. 대신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문항을 명시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법적 제도화와 동시에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 및 차별 방지를 위한 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절실하다. 법률적 규정만으로는 비정규 근로자에 대한 보호실효성이 적을 가능성이 크다. 차별 관련 민원처리,기준정리,사례조사,시정권고 또는 시정요구를 담당하는 기구를 설치하는 게 필요하다. 입법적 조치 외에 근로감독의 강화만으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근로감독관 증원이 필요하겠지만 명예 근로감독관 제도를 활용해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과 관련,노동부가 열린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법적 보호는 최소한이 될 수밖에 없다. 더 실효성 있는 보호는 노동조합의 몫이 돼야 한다. 비정규근로자 스스로가 단체교섭을 통해 자신의 처지를 개선할 가능성은 밝지 않다. 이들은 스스로 조직화하고 동원화할 자원이 부족하다. 결국 정규근로자로 구성된 기존 노동조합의 역할이 핵심적이 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근로자로는 볼 수 없지만 업종 및 소속 사업체의 특성(영세성 등)으로 인해 통계청 조사에서 임시·일용으로 분류되는 근로자들(취약근로자)의 보호도 검토해야 한다. 최저임금제도의 내실화,5인 미만 사업체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확대적용 등으로 보호할 수 있다. 정보화와 기술혁신,세계화 등에 따라 고용 형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주로 정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기존 노동법 체계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에 대한 전면적이고 체계적인 논의와 연구 역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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