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마감된 2003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1차 등록결과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대다수 대학의 등록률이 역대 최저수준인 지난해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험생의 연쇄 이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서울대의 경우 인문대와 사회대등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비해 약대와 공대, 자연대 등 자연계 모집단위의 등록률이낮아 자연계열 수험생들의 연쇄이동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 관계자들은 이공계 복수합격자들의 경우 대학간판보다는 실리를 찾아 의대와 한의대 등 '인기전공'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재수효과'를 바라고 아예 정시등록을 하지 않은채 재수를 선택한 학생도증가, 추가합격자 이후에도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부 대학들은 신입생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 의대 선호 고착 = 서울대의 경우 전체 등록률이 역대 최저였던 지난해와 비슷한 86.9%였지만 의대는 등록률 100%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간호대(77.6%), 자연대(80.1%), 공대(82.9%), 농대 자연계열(80.1%)등은 합격자의 이탈이 많았다. 특히 타대학 의대와 한의대 등 인기전공에 복수합격이 많은 것으로 분석되는 약대의 경우 등록률이 60.3%에 불과했다. 인문계열의 인기모집단위인 법대도 합격자 2명이 등록을 포기하고 모두 교차지원을 허용하는 성균관대 의대에 등록한 것으로 나타나 의대 선호현상을 반영했다. 서울대 입시관계자는 "서울대 등록을 포기한 합격자 대다수가 타대학 의대와 치의대, 한의대에 등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연.고대의 경우 연대 공학계의 등록률이 63.4%를 기록하는 등 자연계 합격자의이탈이 많았지만 고대 의예과는 97.3%의 높은 등록률을 기록했다. 서울대 의대 지원자들의 복수지원이 높은 연대 의예과는 등록률이 58.7%로 저조했지만 합격자중 서울대에 복수합격한 비율이 41.3%로 높았기 때문에 등록률이 낮은것으로 분석된다. 모집시기를 달리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경희대도 서울대와 연.고대 복수지원자의비율이 높은 `다'군 의예과와 한의예과의 등록률이 각각 30%와 10%로 저조했지만 연고대와 모집시기가 일치, 복수지원자가 적은 `가'군에서는 의예과(97.6%)와 한의예과(95.5%)의 등록률이 높았다. 서울대 공대 한민구 학장은 "수험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한다기보다 의대에 대한사회적 선호도가 너무 높아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다"면서 "장학금 등 일시적인 지원책으로는 수험생들의 일방적인 의대선호현상을 막을 수 없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인문계 `간판' 선호 = 인문계와 자연계 수험생의 교차지원이 힘들게 됨에 따라 인문계에서는 학교의 간판을 선호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대는 인기모집단위인 법대와 경영대가 각각 98.6%와 95.8%의 등록률을 기록한 것을 비롯, 인문대(96.7%)와 사과대(94.5%) 등 대체로 인문계 모집단위의 등록률이 자연계보다 높았다. 특히 사범대 어문교육계의 경우 연.고대에 중복합격한 학생의 비율이 72.1%나됐지만 등록률은 94.1%로 높아 인문계의 학교 선호현상을 반영했다. 이에 비해 연대 인문계열은 서울대에 중복합격한 것으로 조사된 합격자의 18.8%가 대부분 등록을 포기, 등록률이 78.3%에 그쳤고 연대 사회계열도 서울대에 중복합격한 40.6%가 대부분 등록을 하지 않아 등록률이 54.4%로 저조했다. 서울대 중복합격률이 각각 1.7%, 8%로 낮은 것으로 조사된 연대 신학계열(등록률 91.4%)과 생활과학대 인문계열(86.0%)은 등록률이 비교적 높았다. 고대 법대 역시 합격자의 64.8%가 서울대에 중복합격한 뒤 등록을 포기, 26.4%의 저조한 등록률을 보였다. 25.9%가 중복합격한 정경대는 73.9%의 등록률을 보였고 19.9%가 중복합격한 경영대는 75%의 등록률을 보였다. 고려학력평가연구소 유병화 평가실장은 "인문계 수험생의 경우 연.고 인기학과합격자가 서울대 비인기학과를 선택하는 등 `간판 선호현상'이 뚜렷하다"면서 "이는많은 학교들이 복수전공제도와 전과제도를 실시하고 있고 고시를 볼때 전공을 불문한다는 점과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 대학들 학생확보 비상 = 서울대를 비롯한 대부분 대학에서 등록률이 저조한데다 재수를 선택한 수험생들의 이탈까지 겹쳐 대학들은 합격생 유치에 이중고를 겪게 됐다. 이에 따라 각 대학들은 일일이 등록포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작업을 벌이는한편 일부 대학에서는 해당 모집단위 교수들까지 직접 축화전화로 합격자 유치공세를 벌이는 등 복수합격자의 연쇄이동 등에 따른 미등록자 충원에 부심하고 있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수험생의 수가 줄어든데다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등록을 포기하고 재수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어 중하위권대학과 지방대, 전문대의 경우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