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는 지난 1월9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보고에서 "파견근로자의 범위를 모든 직종으로 넓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파견근로의 업무제한을 완화해 달라는 것은 경영계가 지난 수년동안 요구해 왔던 숙원사업이다. 현재 파견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업무는 통역 비서 주유원 보모 건물청소원 등 26개로 한정돼 있다. 노동부는 이를 일부 특정한 직종을 제외한 모든 업무에서 파견근로를 가능하도록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대신에 불법 파견이나 파견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 차별대우 등에 대해서는 근로감독강화를 통해 철저히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근로자의 고용안정 저해 등을 우려해 파견기간을 채운 근로자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며 파견허용 업무도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에 논란이 예상된다. 근로자파견법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노동계 입장이다. 26개 대상업무를 벗어난 불법적인 파견근로 행위가 행해지고 있음은 물론 파견기간이 끝나면 파견근로자를 교체해 같은 업무를 맡게 하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재계는 허용업무를 늘리고 최장 2년으로 제한된 파견기간을 연장하거나 제한을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근로자 파견제도는 파견업체(파견사업주)가 근로자들을 고용한 다음에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인력을 필요로 하는 업체(사용사업주)에서 사용사업주의 명령을 받아 근로하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98년 7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본격 도입됐다. 산업구조 및 노동시장의 여건변화에 따라 파견근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근로자파견제를 법제화함으로써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기업의 인력관리에 신축성을 높이려는 취지였다. 다만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는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수 없고, 경영상 이유로 해고를 했을 경우에도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대표의 동의가 없이는 2년 이내에 해당 업무에 파견근로자를 쓸 수 없다.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보호하고 무분별한 해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등록된 파견업체는 1천2백여개에 달하며 이들 업체를 통한 파견근로자는 6만여명에 이른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미국 영국 스웨덴의 경우 파견대상 업무와 파견기간에 대한 제한없이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85년부터 26개 업무에 대해 원칙적으로 1년간의 파견기간 제한을 뒀으나 99년부터 파견대상 업무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 항만운송 건설 경비 등 특정업무를 제외하고는 모두 허용했다. 기존의 26개 업무에 대해서는 파견기간도 3년까지 가능하도록 조정했다. 독일의 경우에는 건설업을 제외하고는 파견대상 업무에 제한이 없으며 지난 97년부터 파견기간은 12개월이었으나 최근 기간을 연장했다. 프랑스에서는 유해.위험 작업을 제외하고는 파견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으며 파견기간은 파견하는 사유에 따라 18∼24개월이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