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꿈은 이루어진다" 7일 서울 강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성지중.고등학교(서울시 강서구 화곡동)의제 15회 졸업식에서 고교 졸업장을 받은 박해숙(65.여)씨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제때 배우지 못한 어른들이나 탈선 청소년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온 이 학교를 박씨가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찾은 것은 생활고로 중단된 배움에 대한 갈망때문이었다. 6.25 피난생활 동안 아버지가 결핵으로 드러눕자 큰 딸로서 동생 삼남매를 키우기 위해 국민학교 3학년을 중퇴하고 생업전선에 뛰어든 박씨는 자녀교육을 마친 뒤다시 책을 잡아 지난 2000년 성지고에 입학했다. 입학직후 찾아온 극심한 퇴행성 관절염으로 통학이 어려워지자 아예 집을 학교 근처로 옮기는 열성을 발휘한 끝에 3년 개근상까지 받고 서울정보기능대 패션디자인 학과에 진학하게 된 박씨는 "열심히 공부해 노인용 '실버 패션'을 개발, 힘들때마다 격려해준 여든셋의 어머니께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졸업생중 최고령인 최효순(68.여)씨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성지중.고교 6년간 개근하며 학업에 정진, 방송통신대 일어과에 합격해 배움의 꿈을 이뤘다. 대학.대기업 등에서 요리강사로 일했던 최씨는 "학력이 짧아 평소 강의에 임하면서 스스로 자신감이 없을 때가 있었는데 이제 당당하게 강의할 수 있어 뿌듯하다"며 얼굴 한가득 미소를 지었다. '비행청소년'으로 불리며 어둠의 세계로 내몰리다 공부에서 '인생역전'의 계기를 찾은 젊은이들도 많았다. 폭력.절도 등으로 다섯차례나 입건되기도 했던 김모(22)씨는 세번의 전학끝에 다다른 성지고에서 마음을 다잡고 컴퓨터 3급기사, 웹 디자이너 자격증을 취득하는등 노력한 결과 한 전문대 입학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씨는 "이 학교에서 비슷한 처지의 학생들과 인생 선배들을 만나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면서 힘을 얻게 됐다"며 "대학에서 IT 기술을 열심히 배워 관련 전문가로활동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중학생 190명과 고등학생 310명 등 모두 500명의 학생이 졸업장을 받았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