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5일 발표한 고등 부장판사급 이상 고위 법관 인사는 법원장급 20명이 자리를 옮긴 대규모 전보인사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이상경 부산고법원장과 김명길 대구지법원장, 김인수 광주지법원장 등 3명만 유임된 반면 전국 대부분의 고등.지법원장이 바뀌었다. 대법관 6명이 교체됐던 2000년 7월 이후 2년여동안 큰 규모의 법원장급 인사가 없었기 때문에 대규모 전보인사가 불가피했다는 것이 대법원측 설명이다. 박영무 사법연수원장과 이융웅 서울고법원장, 최덕수 대구고법원장 등이 퇴임하고 신임 대법관으로 고현철 서울지법원장이 임명제청되면서 공석이 된 4자리에는 주로 사시 10-11회 출신 법관들이 진출했다. 또 전국 대부분의 지법원장은 주로 사시 12회 출신 법관들의 수평이동으로 채워졌고, 사시 13회 출신 3명이 지법원장급으로 승진하는 약진이 돋보였다. 고등 부장판사 승진은 인사요인이 8자리에 불과해 대상 기수인 사시 21회 출신지방 부장판사 33명 중 8명만 승진될 수 있었다. 이들 중에는 김영란 서울지법 부장판사가 홍일점으로 포함됐으며, 김 부장판사의 승진으로 여성 고등 부장판사는 이영애, 전효숙, 전수안 고등부장 등 4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번 인사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 중 하나는 그동안 공개적으로 사법개혁을 주장해왔던 문흥수 서울지법 부장판사가 고등부장 승진에서 누락된 점이다. 대법원은 문 부장판사를 탈락시킬 경우 외부에 `보복인사'로 비춰지지 않을까 고심을 거듭했으나 문 부장이 `법관서열' 등에서 약간 뒤져 불가피하게 승진대상에서 제외했다는 후문이다. 대법원은 고위 법관인사에 이어 오는 12일 지법 부장판사급 이하 법관들에 대한 후속 인사를 발표한다. 후속 인사에서는 재직 법관의 절반이 넘는 1천여명이 경향교류 원칙 등에 따라 자리를 옮기거나 신규 임용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