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후보지 4곳이 발표되자 해당 지역민과 환경단체 등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산업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4일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후보지로 경북 영덕군 남정면, 울진군 근남면, 전남 영광군 홍농읍, 전북 고창군 해리면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이들 지역의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지역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울진.영덕군지역 울진군지역의 경우 지난달 109개 단체로 출범한 울진원전반대범군민대책위원회(공동대표 황성섭.45)가 즉각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울진원전반대범군민대책위는 "울진지역에는 현재 6기의 원전이 건설.가동 중으로 지금까지 주민들이 최대한 협조했음에도 핵폐기물처리장까지 건설하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대책위는 또 "지난 94년 과학기술부가 핵폐기물 처리장을 울진에 설치하지 않기로 약속한 바 있고, 지난 99년에는 산업자원부가 4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는 대신 핵폐기물처리장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지역민을 배신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울진원전반대위는 "2000년 근남면 덕천리에 원전 4기 건설 후보지로 지정한 부지의 무효화를 비롯해 현재 가동중인 4기의 원전 가동중단 운동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울진원전반대위는 앞서 지난해 말 1차 성명을 통해 핵폐기물처리장 설치 반대입장을 밝혔으며, 지난달 16일 2차 성명에서 핵폐기장의 `자율유치' 원칙을 지켜줄 것을 촉구했었다. 울진원전반대위는 5일 오후 2시 울진군청 3층 소회의실에서 긴급 대책위원회를 개최한 후 핵단지화 결사반대 등 향후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또 경북도는 지난달 29일 산업자원부에 `방사성폐기물 부지선정 제외'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반대의사를 밝혔었다고 설명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울진지역의 경우, 과기부와 산자부가 지난 94-2000년 3차례에 걸쳐 원전 10기를 제외하곤 더 이상 추가건설을 하지 않겠다고 보장했었다"고 말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의장 이호철 경북대교수)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역 주민의 의견을 우선하겠다는 공언을 어겼다"면서 "후보지 선정과정이 비민주적이며 부지 안전성에 대한 엄정한 검토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영덕군 지역민들은 지난 89년 남정면 우곡리가 거론될 당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가 이후 침묵을 지켜왔으나 이날 후보지로 선정되자 크게 당황하고 있다. 지역민과 시민.환경단체는 앞으로 원전반대위를 구성해 투쟁할 방침이다. ▲영광.고창군지역 그동안 지속적으로 핵폐기장 설치 반대운동을 벌여온 이들 지역 핵폐기장 반대대책위와 주민들은 결코 정부의 결정에 따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영광군핵폐기장 반대대책위는 이날 "비과학적이고 객관성이 결여된 정부의 후보지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기관과 군의회,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가칭 `핵폐기장반대 영광범군민대책위'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5일 전체회의를 열고 향후 대정부 투쟁방침을 확정, 6일부터 농성에 들어갈 방침이다. 또 군 이장단의 총사퇴를 비롯해 학생 등교거부, 군민집회, 상경집회 등 핵폐기장 저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로 다짐했다. 고창군민대책위 대표 김규성씨는 "핵폐기장 유치를 결사 반대한다"며 "앞으로 영광지역 대책위와 연대해 강력하고 단호하게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자치단체장으로 큰 부담을 안게 된 김봉열 영광군수는 "주민 대다수가 유치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폐기장을 설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군수는 "내년 3월 후보지를 최종 결정할 때까지 군민들의 여론에 맞춰 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적절히 대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에 `핵폐기장 유치 반대 건의서'를 전달한 강필구 영광군 의회 의장도 "군민들의 저항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대책위 구성에 적극 참여하는 등 핵폐기장 저지를 위해 지방의원들도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수 고창군수는 "개인적으로는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이 우리지역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해 왔다"며 "그러나 아직 공식적인 통보를 받지 못해 자치단체장으로서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고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고창군의회 김상필 부의장은 "폐기물 시설의 유해성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 지금으로서는 어떤 판단을 내리기 어려우나 밀어 붙이기식 추진에는 반대하며 주민 의사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폐기장 유치에 찬성해 온 주민들은 이날 후보지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기대와 환영을 뜻을 표시했다. 영광군 핵폐기장유치위원회 관계자는 "영광지역에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이 유치되더라도 지역 이미지를 해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최종 입지로 선정되면 이지역 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울진.영덕.영광.고창=연합뉴스) 이윤조. 박순기. 박희창. 남현호기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