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입생 부족과 편입학을 통한 학생유출로 지방대의 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일부 지방대에서는 '폐교'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연히 차기정부의 핵심 추진사안인 지역간 균형발전에 거는 지방소재 대학들의 기대도 크다. 장기적으로는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축으로서 지방대가 지역별 산업특성을 뒷받침하는 연구거점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CEO가 만난 모교총장, 이번에는 수도권의 특성화된 'IT(정보기술) 중심 대학'으로 발전한 아주대의 오명 총장과 강태헌 한국컴퓨터통신 사장이 만났다. 이들은 지역거점대학 육성과 이공계 인재육성 방안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 ▲ 강태헌 사장 =지방대학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이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지방소재 대학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지역의 특성을 살린 지역거점대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죠. 그동안 아주대는 IT(정보기술) 분야와 첨단기술의 개발.연구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 왔는데 앞으로의 발전전략은 무엇인가요. ▲ 오명 총장 =정보통신과 첨단과학분야의 경쟁력을 더욱 발전시켜 지역 'IT 중심대학'이 되는 것입니다. 올해에는 전자공학부와 정보통신대학을 통합해 무선인터넷에 대한 연구 및 교육을 강화해 50명의 교수와 함께 정보통신과 전자분야 인력이 공동으로 연구하는 국내 최고의 '무선인터넷 연구센터'를 만들 계획입니다. 이 연구센터는 미국 뉴욕주와 현지기업이 2억3천만달러를 들여 스토니브룩대학에 세운 '무선인터넷 연구소'의 자매기관으로 현재 경기도가 지원을 검토중인 사업입니다. 아주대도 이에 적극 참여해 지역.기업.대학간 첨단기술 네트위크의 중심지로 키워 나갈 겁니다. 이와함께 IT를 접목한 BT(생명공학)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생명과학연구소 설립도 검토중이죠. ▲ 강 사장 =최근 기업들은 과거와 같은 백화점식 운영방식을 지양하고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대학도 경쟁력 제고에 적극 나서야 할 것 같은데요. ▲ 오 총장 =맞습니다. 대학도 이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특정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전문성과 교양을 갖춘 인재들을 배출해야겠죠. 아주대는 그동안 첨단과학 분야를 특화시켜 내실있는 대학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첨단과학뿐 아니라 철학과 과학상식, 생활예절 등 사회생활에 필요한 교양을 갖춘 인재 양성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아울러 인턴십 및 산학협동을 통해 학생과 기업 모두에 도움이 되는 교육을 한다는 것도 아주대의 특징입니다. ▲ 강 사장 =국내 벤처기업의 시장규모는 약 2조원인데 벤처기업은 3천5백개나 됩니다. 더이상 국내에서 경쟁해서는 발전할 수 없기에 기업마다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대학도 앞으로 교육의 세계화를 통해 시장개척에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 오 총장 =아주대는 90년대 후반부터 전공 및 교양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고 외국대학과 학생교류를 하는 등 교육의 세계화를 추진해 왔습니다. 경영대에서는 전공과목 전부를 영어로 진행하고 인문대는 잉글리시 카페를 만들어 외국교수와 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죠. 학생교류도 활발해 지난해 3백명의 학생들이 해외대학에서 강의를 들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2005년까지는 재학생의 절반이 해외대학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될 겁니다. 장기적으로는 해외대학과 협약을 맺어 공동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글로벌 캠퍼스'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 일리노이 공대와 공동학위제를 운영해 올해 처음으로 두 학교의 학위를 동시에 받는 졸업생이 나옵니다. 지난해에는 뉴욕주립대와 공동학위 취득을 내용으로 하는 글로벌 캠퍼스 협약을 맺었으며 앞으로 유럽 일본 남미의 여러 대학과도 협약을 맺을 계획입니다. ▲ 강 사장 =한국컴퓨터통신은 국내 유일의 국산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DBMS) 개발 업체입니다. 국산 DBMS인 유니SQL과 관련 제품의 연구개발, 기술지원 및 컨설팅을 통해 오라클 등의 외국업체와 경쟁하고 있죠. 글로벌 경영을 목표로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학을 갓 졸업한 공대 출신 신입사원을 보면 어학을 비롯한 글로벌 감각이 뒤처지는 것 같아요. 대학에서 전공지식과 교양, 어학실력을 두루 갖춘 엔지니어를 배출해야 하지 않을까요. ▲ 오 총장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미국의 경우 엔지니어가 제품설계도 하고 세일즈도 담당하는데 국내에서는 엔지니어는 기술개발만 잘하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이것이 국내 기업 CEO중에 엔지니어가 없는 이유겠죠. 아주대는 이런 점을 감안해 공대에서 경영학을 동시에 가르치는 등 기본소양과 전문지식을 겸비하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 강 사장 =기업이 대학졸업자를 재교육하는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학생들에게는 무엇보다 현장실습이 중요한데 아직 이 점에 대한 대학교육 수준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대학에서 기업과 협력해 인턴십과정을 확대하고 산학협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 오 총장 =좋은 지적입니다. 아주대는 이미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맞춤형 교육'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각 기업이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과감히 수용해 교과과정으로 편성하고 있죠.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과 협력해 늘려갈 예정입니다. ▲ 강 사장 =고3 수험생수가 점차 줄어든다고 합니다. 대학마다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이 많다고 하던데요. ▲ 오 총장 =아주대의 2003학년도 정시모집 지원율은 7.7대 1에 이릅니다. 이처럼 학생들이 아주대를 많이 지원하는 이유는 학부제와 복수전공을 통해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대학이기 때문이죠. 국내 다른 대학에 비해 장학금 혜택이 많다는 것도 이유인 것 같습니다. 올해에도 수시모집 합격생 가운데 1백30명(30%)에게 해외연수의 기회를 주고 정시 합격생 가운데 10%에게는 4년간 등록금 전액을, 40%의 학생들에게는 등록금의 50%를 장학금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주대 설립의 모체인 대우그룹이 몰락했지만 지난해 등록금 의존율이 48.5%에 불과할 만큼 튼튼한 재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강 사장 =국내 기업의 경영방식은 혁신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대학경영 방식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요. ▲ 오 총장 =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총장의 권한을 강화해 책임있는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해야겠죠. 대학본부에 집중된 권한을 단과대별로 분산시켜야 합니다. 아주대는 이미 학사운영은 부총장이 책임지고 교수평가와 예산집행은 각 단과대에서 담당하게 하는 등 새로운 대학경영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정리=정구학.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