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치사율이 높은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으로 번지면서 환자가 숨지는 사례까지 발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국립보건원은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환자 증가가 이례적이라고 판단, 지난 21일 감시 및 신고 체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관리지침을 각 시.도에 내려보내는 등 비상관리체제에 들어갔다. 인제대 일산백병원에는 지난해 12월 경기도 김포에 거주하는 3명의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환자가 잇따라 입원, 2명은 한달간의 중환자실 입원 치료끝에 완쾌됐지만 1명(13.여)은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숨졌다. 또 경남 진해에서 1명이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으로 숨졌고 부산 사하구에서도 같은 병일 가능성이 높은 환자 1명이 숨졌다. 일산백병원에는 지난 20일 생후 45일된 여아가 입원해 신생아 세균성 뇌수막염판정을 받은 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중태다. 이에 앞서 전북에서는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기숙학원에서 2명의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환자가 발생, 이들과 접촉한 학원생과 강사, 가족 등 300여명이 역학조사를 거쳐 항생제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지난해 26명의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환자가 발생, 이중 2명이 숨졌고 올들어서도 전북 2명, 경기 1명, 경남 1명 등 4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환자발생을 지역별로 보면 경기 7명, 서울 6명 등 주로 수도권에 분포됐으며, 시기별로는 4∼5월(10명)과 11∼12월(8명)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또 연령별로는 10∼14세(12명), 0∼4세( 6명)를 중심으로 5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골고루 발생한 점이 특징이다. 이는 지난 1989년(40명)을 정점으로 내림세를 보여 1993년 0명, 이후 2000년까지 3∼8명 미만, 2001년 11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급증 현상이다. 특히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3군 전염병으로 발생 현황만 보고받을 뿐 지속적인 관리가 되지 않아 실제 발생 환자 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보건원 관계자는 "올 겨울 들어 환자 수가 크게 늘고 있어 걱정스럽다"며 "조기 발견해 항생제 치료를 받은 뒤 하루가 지나면 전염력이 소실돼 급속한 전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보고와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수막염균(Neisseria meningitidis) 감염에 의한 급성 중추신경계 질환으로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그러나 치료가 쉬운 바이러스성 뇌수막염과는 달리 치사율이 10∼15%로 높고 조기 발견이 안되면 치사율이 50%까지 치솟고 완쾌 뒤에도 뇌 손상을 입는 등 후유증또한 심각하다. 또 백병원 치료 신생아는 20일 오후 감기 증세를 보여 입원한 지 수시간만에 패혈증으로 급속히 악화되는 등 신생아에게 특히 치명적이어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인제대 일산백병원 소아과 김동욱 교수는 "감기 기운이 있는 가운데 두통, 구토증세를 보이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며 "특히 신생아는 초기 증세가 거의 없어 의사조차 발견이 어려운 만큼 아이가 갑자기 잘 안먹고 보채거나 잠을 많이 자면 빨리 전문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의들은 예방 요령으로 개인 위생에 철저를 기하고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할 것과 감기 증세가 심해지면 반드시 병원을 찾을 것을 권했다. 국내에는 아직 예방약이 보급돼 있지 않고 감기 증세와 비슷해 조기 발견이 쉽지 않지만 백신을 맞으면 2.3차 감염을 막을 수 있다. 국립보건원은 각 시.도에 ▲조기 진단, 신고 강화(2명 이상 발생시 국립보건원즉보) ▲환자 발생 사례 및 감염원 조사 강화 ▲홍보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관리지침을 시달하고 비상 관리에 나섰다. 국립보건원 관계자는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밀집지역 생활자나 집단 거주자들 가운데 면역체계가 약하거나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며 "학교나 학원, 군부대 등이 취약지"라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김정섭기자 kim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