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5월 24일 오후 5시께.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기 위해 일찍 일을 끝마치고 어머님이 계신 수원으로 향하던 법무법인 율촌의 한봉희 변호사(44)에게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가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역삼동 아이타워(현 스타타워)를 사들이기로 했답니다.법률 자문사 선정을 위해 한 변호사님과 급히 인터뷰하고 싶답니다" 차를 돌려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 마련된 "작전 상황실"로 들어선 한 변호사에게 론스타측의 까다로운 질문들이 던져졌다. "신축중인 건물을 매입하는데 따른 법적 규제나 장애물은 없습니까" "세제 혜택이나 자금조달 측면에서 어떤 매수 방식이 가장 좋을까요" 한 변호사의 실력을 가늠하기 위한 테스트였다. 수천억원짜리 거래를 자문해 줄 변호사를 찾는만큼 각 로펌의 실력을 직접 점검한 뒤 "최고수"에게 일을 맡기겠다는 의도에서다. 4시간에 걸친 테스트 끝에 론스타가 던진 마지막 질문은 "당신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느냐"였다. 그리고 일을 맡겼다. "세금을 줄이는 게 가장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거래 구도를 잘못 짰다가는 취득세,등록세만으로 수백억원이 날아갈 수 있거든요. 부동산을 기초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는게 최선의 절세방법이지만 당시 아이타워는 준공되지 않은 상태여서 적용하기 힘들었죠" 결국 한 변호사가 내놓은 해법은 론스타가 설립한 지 5년이 지난 회사를 인수한 뒤 아이타워의 건축주 명의를 현대산업개발에서 이 회사로 바꾸는 것이었다. 소유권 등기과정이 간소화되면서 매각 대금의 10.8%에 달하는 등록세가 1%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해외증권 발행 및 브릿지론 대출계약 등을 자금조달 수단을 점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러기를 3개월여.론스타는 공식적으로 연면적 6만4천평의 국대 최대 규모의 빌딩을 약 7천억원에 사들였다. 10여년간 지적재산권 및 금융 관련 업무로 이름을 날리던 그가 "전공"을 내던지고 부동산 파트에 뛰어들게 된 때는 지난 99년초.구조조정 압력에 국내기업들과 금융회사들이 보유 부동산을 대거 매물로 내놓던 시기였다. 극동건설의 은석빌딩,대우증권 여의도 본사 사옥,두산중공업의 역삼동 사옥,MCI개발의 쌍마빌딩,골드상호저축은행의 골드타워 등이 그의 손의 거쳐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넘어갔다. 어느덧 부동산 거래는 그의 새로운 전공이 됐다. "부동산 거래는 부동산 관련 법 지식뿐 아니라 조세 금융 인수.합병(M&A) 공정거래 분야의 다양한 기법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입니다. 일은 고되도 그 역동성에 빠지면 다른 업무가 싫어질 정도로 재미있는 분야에요. 새로운 분야에의 도전을 좋아하지만 당분간은 부동산의 매력에 푹 빠질 생각입니다" 글=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 약력 ] 1981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83년 서울대 법학석사 1984년 26회 사법시험 합격 1987년 16기 사법연수원 수료 1987년 아세아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 1992년 미국 시카고대 법학석사 1993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1995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