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잘나가던 대기업의 마케팅 상무였던 김영준씨(가명.49). 상무의 감투를 벗고 20여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게 된 이유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명예퇴직이었다. 하지만 그는 절망하지 않았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뒤 그는 곧바로 재취업 전선에 뛰어들며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우선 취업하고자 하는 회사를 정한후 자신의 경력과 관련해 연결고리를 만들고 직접 채용담당자에게 면접 요청을 해 재취업에 성공했다. 기업들의 상시 구조조정이 일반화되면서 명예퇴직자 등 중장년층의 재취업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재취업을 알선하는 인터넷 사이트와 교육기관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지만 재취업 성공률은 아직 낮은 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을 잃었다 재취업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8개월로 나타났다. 실직후 2개월 이내에 취업할 수 있는 확률은 25%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개월을 기점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재취업 성공 확률도 낮아져 신규 취업자 만큼이나 재취업 희망자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업상태가 장기화될수록 실직자들은 의기소침해지고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재취업에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는 자신감과 열정이다. 따라서 김영준씨의 경우처럼 자신의 업무역량을 차분히 정리하고 이 능력에 대한 수요를 스스로 확인함으로써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 재취업 성공을 위한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일자리가 없으면 멋진 인생은 기대하기 어렵다. 일자리가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은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고립되기 쉬운 중년 이후를 사회와 이어주는 연결통로이기 때문이다. 취업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지고 기업들의 상시 구조조정이 자리잡고 있어 재취업 준비는 현역에 있을 때부터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며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적극적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물론 아무 준비 없이 하루 아침에 실직자가 된 사람들이 재취업에 도전하기에는 어려움도 따른다. 이럴 경우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재취업을 준비할 수 있다. DBM코리아, 리헥트헤리슨, R&C와 같은 국내 전직.재취업 컨설팅 업체의 문을 두드려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아웃플레이스먼트(퇴직자전직지원서비스) 제도를 통해서도 창업 및 재취업을 취한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이미 퇴직한 사람들에게도 문을 열어 놓은 경우가 많으니 전 직장에서 이 제도를 도입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문적인 분야에서 업무경험을 쌓았다면 헤드헌트 업체를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대부분의 퇴직자들은 일자리를 찾는 일에 상당히 소극적으로 임한다. 일자리를 찾는 일은 시간과 노력이 동시에 소비되는 하나의 업무와도 같다. 구직을 위해선 업무처리와 마찬가지로 기록하고 관리해야 하는 항목들도 많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힘들지만 일정기간만 노력하면 효과적으로 일자리를 찾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자신의 시장가치는 업무 능력과 시장에서 제시할 수 있는 보상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기존 조직과 동일한 보상체계를 갖고 재취업할 일자리는 거의 없다. 문영철 스카우트 사장은 "중요한 것은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가치기준이 아니라 시장에서 제시할 수 있는 처우 기준을 이해하고 이에 맞게 재취업 전략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