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상 실업률 2.9%. 한국노동연구원이 16일 발표한 올해 고용시장 전망치다. '2002년 연평균 실업률 3.0%'(통계청)에 비해 올 고용상황은 더욱 낙관적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완전고용'이다. 하지만 대졸 고학력자를 비롯한 청년 구직자들은 전혀 실감하지 못한다. 명퇴자 퇴출인력 등이 재취업 시장에서 겪는 구직난은 외환위기 때 못지않다. '지표실업률'과 '체감실업률'의 괴리는 오히려 커지는 느낌이다. 이는 '인력파견' 등 청년층 단기취업이 급증하고 있고 구직활동을 포기한채 어쩔 수 없이 창업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등 고용시장 상황이 과거와는 판이해졌는데도 정부 통계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통계수치만 '완전고용' =지난해 12월말 현재 20∼29세 청년 실업자 수는 모두 27만8천명. 전체 실업자 67만6천명의 40%선에 이른다. 지난해 평균 실업률도 전체 실업률의 두 배가 넘는 6.4%를 기록했다. 채용전문업체 잡링크가 지난해 하반기 채용을 실시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취업경쟁률은 74대1로 전년도의 70대1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노동연구원 전병유 연구위원은 "완전고용이라지만 청년층의 실업난은 여전하다"며 "경기침체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데다 급한 김에 구한 직장이 맞지 않아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이른바 '마찰실업' 청년층이 많다"고 분석했다. ◆ 고용의 '질' 악화 =실업률 감소를 경기회복의 단순한 후행지표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문영철 스카우트 사장은 "비정규직 등 '반(半)실업자'들이 늘어나면서 계층간 괴리감 및 이질감 등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실업 증가보다 더 심각한 사회문제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시직과 일용직 등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은 지난해 말 현재 전체 임금근로자의 절반(50.2%)을 넘는다. 장경세 통계청 사회통계과장은 "임시직과 일용직 등 일자리가 불안한 불완전 취업자들이 늘어나면서 '완전고용'이라는 개념 자체가 퇴색되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 구직포기자 늘어나 =주당 근로시간은 18시간 미만에 불과하지만 통계상으로 취업자로 잡혀 있는 불완전 취업자수는 지난해말 현재 69만5천명으로 전달에 비해 13만명 가까이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취업을 했다지만 늘 좀더 나은 일자리를 희망하고 있는 사람들과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 구직단념자(지난해 12월 현재 4만명) 등은 사실상 실업자로 분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LG경제연구원의 송태정 선임연구원은 "경제활동참가율이 계속 떨어지는 것은 아예 구직을 포기해버리는 '실망 실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라며 "완전고용을 지향하는 양적인 취업대책보다는 비정규직 근로여건 향상 등 질적인 취업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