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중견그룹 영업부에서 영업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상원씨(28). 4년제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가 처음 취업전장에 뛰어든 건 지난 1998년. 1년간의 구직활동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얻지 못하자 그는 과감히 전문대행 열차로 갈아탔다. 경기도의 한 전문대학에서 전산정보처리를 전공한 그는 마침내 졸업과 함께 지난 2001년 굳게 닫혀진 채용 빗장을 푸는데 성공했다. 현재 은행 등 금융권과의 신용장 거래가 주업무인 그는 4년제 대학졸업자 못지 않는 급여와 대우를 받고 있다. 채용시장의 수급 불균형으로 취업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실무 중심의 교육을 받은 전문대 졸업자들의 높은 취업률이 구직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김상원씨의 경우처럼 새로운 인생 목표를 세우고 '간판'보다는 '실속'을 챙기는 신세대적 사고가 확산되면서 전문대 입학을 결정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2,3년제 전문대에 재입학하려는 지원자는 2002학년도에 1만2천명을 기록했다. 학력.학벌을 중시하는 구태에서 벗어나 개인의 참다운 '끼'를 발굴하고 개인별 적성에 맞는 전공분야를 터득해야 하는 새로운 시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재입학한 4년제 대졸자의 전문대학 전공분야 만족도가 85% 이상을 보이고 있다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조사 연구에서도 나타나듯 취업난을 극복하려는 구직자들에게 전문대 입학이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전문대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80.7%로 4년제 졸업생의 60.7%보다 20%포인트나 높았다. 같은해 전국 1백56개 전문대의 86개 학과가 졸업생 취업률 1백%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학과로는 인터넷 미디어학부, 자동화시스템, 뷰티디자인, 호텔외식과 등이 꼽힌다. 관광계열을 비롯해 치기공과, 방사선과, 유아교육과, 안경광학과, 정보통신계열, 컴퓨터 관련학과 등도 높은 취업률 덕분에 '인기 상종가'를 누리고 있다. 특정기업과 연계해 취업이 확실히 보장되는 전문대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대의 장점은 산업체와 지역사회 요구에 기반을 둔 주문식 교육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주문식 교육은 기업들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고 주어진 시간내에 그들의 요구에 맞는 교육과정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대가 4년제 대학과 차별화하는 점도 바로 이점이다. 교육과정을 모두 현장중심으로 전환, 졸업생들이 졸업 후 바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같은 전문대들의 현장형 교육과정은 외환위기 이후의 변화된 채용시장의 트렌드와도 맞아떨어진다. 문영철 스카우트 사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건비용을 줄이려는 기업들은 채용 후 바로 실무에 투입해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사무직군의 비율을 줄이고 연구.개발 등 이공계 인력을 많이 채용하기 때문에 전문대 졸업자는 4년제 대학, 특히 인문.사회계열 졸업자보다 상대적으로 취업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 2001년 2월 대학 및 전문대를 졸업한 7천6백26명을 대상으로 1년반 뒤에 취업률과 임금을 추적 조사한 결과, 전문대를 졸업한 신입사원의 초임 연봉은 평균 1천4백84만원(남 1천8백58만원, 여 1천2백38만원)으로 4년제 대졸자의 1천8백99만원(남 2천81만원, 여 1천6백41만원)과 4백15만원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4년제 대졸자와의 연봉 단순 비교는 무의미하다. 중소기업 현장에서 탄탄히 다져진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대기업에 들어가는 전문대 졸업생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확실한 기술을 습득한 전문대 졸업자라면 하루라도 일찍 일자리를 잡아 실무 경험을 쌓은 뒤 자신의 몸값을 높여야 한다고 취업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