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수능성적 반올림 때문에 서울대 입시에서 탈락한 수험생에 대해 '불합격 처분 취소'를 결정해 파문이 예상된다. 이 결정으로 서울대와 경희대 등 원점수를 전형에 사용하는 25개 대학에 불합격한 수험생들이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며 2004학년도 대입에도 적용될 현 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행정법원은 12일 이모(18)양이 서울대 예체능계에 지원했다 수능성적 반올림 불이익 때문에 1단계 전형에서 탈락했다며 낸 불합격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사건의 판결선고 때까지 이양에 대한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이로써 이양은 서울대측이 법원 결정에 불복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13∼14일 실시되는 서울대 예체능계 입시 2단계 실기전형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소송은 이양의 당락보다는 '수능성적 반올림' 제도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시험대가 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소송에서 '수능성적 반올림'이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오면 '성적위주의 서열화방지'라는 입시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당장 2004학년도 입시제도부터 손질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논란의 핵심은 '원점수'의 정의와 수능 220문항 중 100문항을 소수점 이하로 배점하고 전형에서는 정수점수를 사용하는 제도의 타당성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원점수를 영역별로 소수점 이하에서 반올림한 점수로 보고 대학에도 정수형태 성적만 제공해왔으나 이번 결정은 원점수를반올림하지 않은 원래 점수로 봐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수능성적표에 원점수는 '수험생이 정답을 맞힌 문항의 배점을 합산한 점수'로 설명돼 있고 대학들도 입시요강에서 전형에 반올림에 대한 별도 설명없이 원점수를 사용한다고만 밝히고 있어 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여전히 '수능성적 반올림은 성적위주의 서열화를 막기 위한것으로 현 제도 유지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이번결정으로 개선방안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원 대학지원국장은 "대학에 수능성적이 정수로 제공된다는 점 등을 미리 공지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본다"며 "다만 이번 입시에서 불거진 문제에 대해 전형이 끝난뒤 개선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선안으로는 수능성적표와 대학에 제공하는 자료의 점수형태를 통일하는 것과수능 배점을 모두 정수로 하는 방안 등이 제시되고 있으나 입시전문가들은 대학에도소수점 이하까지 표시된 점수를 제공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능성적표와 대학사정자료 점수를 모두 정수로 표시해도 문제의 소지는 여전히남게 되고 수능 배점을 정수로 하는 것은 문항당 배점 및 문항수가 달라져 시험체제를 전반적으로 바꿔야 하고 난이도 조절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런 문제가 2000년 수능 9등급제 도입 발표 때부터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음으로써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난은 면할수 없을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yu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