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피고인들이 "정상을 참작해 달라"며 사회단체 등에 기부금을 납부하는 이른바 '속죄기부'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으로 기소된 A씨는 선고를 앞두고 담당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단독2부 박동영 부장판사에게 "부도수표 소지인을 찾을 수 없어 소지인의 피해를 회복시킬 수 없기 때문에 미회수된 수표 금액만큼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회복 능력과 의지가 있으나 피해자가 발견되지 않아 처벌을 그대로 받아야 하는 억울한 사정을 고려, 기부금 납부로 피해 회복이 이뤄진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말했다.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선고를 앞둔 김호준 보성그룹 전 회장도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 탁구부에 97년부터 매년 1천만원씩과 청각장애인 학교에 9천만원 등 총 2억여원을 기부했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가장납입금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명동 최대의 사채업자 반재봉씨(59) 역시 거액의 기부금을 내고 영수증을 담당재판부인 서울지법형사합의22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반씨의 변호인이 밝혔다. 3천여만원의 뇌물을 받아 구속기소된 공무원 B씨도 보석신청을 하며 5천만원 기부금 납부 증빙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법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피해자가 없거나 피해액을 피해자에게 귀속시킬 수 없는 경우에 속죄기부를 하겠다는 피고인들이 늘고 있다"며 "다만 이 방식이 피해자와의 합의를 소홀히 하거나 죄를 짓고 나서 기부금으로 해결하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어 신중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