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악-금강, 제주도 복합개발 등으로 동북아관광중심에 서자 ] 차기정부가 국정의 핵심과제로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을 내세워 '관광 허브' 추진이 힘을 받을 전망이다. 북한 핵문제 등 당면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동북아 관광 허브'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이 커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손대현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장은 "역대 정부가 여러 차례 전략과제로 관광산업 육성을 내세웠지만 단편적인 성과를 올리는데 그친 것은 주변 여건이 성숙하지 못한데 큰 원인이 있었다"면서 "이제 전략산업으로 본격 추진할 시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한국경제가 '상품을 만들어 내다 파는 수출주도형'에서 '경제특구'를 설치해 외자를 유치하고 농산물 시장까지 개방하는 '열린 통상국가'로 방향을 대전환하는 시점에 와 있기 때문에 관광산업 육성은 필수불가결하다는 것.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심원섭 연구원은 "중국의 고소득층이 본격적으로 해외여행을 시작하고 일본인들의 이웃나라 관광 선호 분위기,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 대외적인 여건이 관광 허브 추진에 긍정적이고 금강산 육로관광 임박 등 한반도의 내부 환경도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성장이 한계점에 다다랐기 때문에 관광산업에 대한 정책 비중을 높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김향자 실장은 "동북아 관광 허브를 차지하려는 각국의 경쟁이 급속하게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에 시간 여유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홍콩은 란타우섬 페니만 앞바다를 메워 올해부터 디즈니랜드 공사에 들어간다. 중국도 상하이에 디즈니랜드 건설을 검토 중이다. 경제특구인 주하이(珠海)를 중국 남부의 관광거점으로 개발한다는 계획도 세워놨다. 이에 맞서기 위해 한국은 설악∼금강권과 제주를 '투톱'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손대현 대학원장은 "설악∼금강권은 장기적으로 환동해권 크루즈 관광의 중심지가 될 수 있고 제주는 지리적으로 동북아의 한 가운데라는 점에서 발전 가능성이 크다"면서 "두 지역을 관광 허브로 키우기 위한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 설악∼금강권, 제주를 관광 허브의 기폭제로 =현대아산 홍주현 과장은 "북 핵문제가 해결돼 금강산 육로관광이 본격화하면 선박관광의 10배가 넘는 연간 1백만명의 내.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부적으로 설악과 금강을 연계한 관광상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원섭 연구원은 "'분단의 현장'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며 "특히 카지노 등이 들어서면 중국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하이 홍콩이나 일본 도시들과는 차별적인 요소도 주목받고 있다. 강원개발연구원 염돈민 박사는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 모두가 디즈니랜드 스타일이어서 생태계의 보고인 비무장지대(DMZ)가 속해 있는 설악∼금강권은 아주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자유도시로 지정된 제주도는 동북아의 대표 휴양관광지로 발돋움할 채비로 분주하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김철희 경영기획실장은 "지난해 미국과 홍콩 등을 돌며 투자설명회를 가진 결과 특히 화교자본이 제주 개발에 큰 관심을 보였다"며 "제주는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으로 연결되는 항공편이 충분해 관광 인프라만 체계적으로 정비한다면 더욱 매력적인 관광지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지역별 관광자원 '네트워크' 서둘러야 =설악∼금강권 관광상품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두 지역간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염돈민 박사는 "설악권은 숙박.위락형 관광지로 개발하고 금강권은 자연환경을 활용한 자연체험 관광지로 키우는 윈-윈(win-win)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조명수 강원부지사는 "설악권 관광 인프라 확충을 위해 DMZ 인근에 남북교류타운을 조성하고 속초에는 최고급 호텔 등 숙박시설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는 서귀포 미항 개발, 생태공원 조성, 쇼핑아울렛 건설 등을 통해 제주를 휴양형 리조트로 특화한다는 계획이다. 손대현 대학원장은 "장기적으로는 설악∼금강, 제주뿐만 아니라 수도권 이외 지역에 2∼3개 관광자원을 개발해 이들을 네트워크화해야 한반도가 동북아의 관광 허브로 뜰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