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연일 영하 10도 이상의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한(小寒)인 6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4.4도로 전날에 이은 한겨울 날씨로 수도계량기 동파사고가 잇따랐고 결빙된 도로마저 녹지 않아 접촉사고가 계속되면서 출근길 차량들이 지.정체를 반복하는 등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었다. 또 병원에는 강추위로 얼어붙은 주택가 이면도로 등을 보행하면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낙상환자가 속출하고 있고, 길거리 노숙자도 눈에 띄게 줄어드는 등 한겨울 혹한으로 각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 수도계량기 동파 잇따라 = 이날 오전 7시 현재까지 서울시 상수도관리사업본 부에는 모두 3천687건의 수도계량기 동파사고가 접수됐다. 특히 아파트 단지가 많은 지역인 노원구, 강서구, 양천구 등을 관할하는 북부, 강서수도사업소 지역에서 동파사고가 많았다. 수도계량기가 동파 사고로 일시적으로 수도공급이 중단되면서 가구주가 자체적으로 고쳐 복구한 경우도 많아 실제 동파 피해건수는 4천여건은 훨씬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상수도관리사업본부 관계자는 "겨울 들어 하루평균 20∼30건에 불과했던 수도계량기 동파사고가 영하 10도의 날씨가 계속되면서 많게는 하루 700여건 이상씩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사업본부측은 이틀째 강추위가 계속되는 만큼 수도계량기함에 헌 옷가지를 넣어 내부를 밀폐시켜 찬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는 한편 욕조에 물을 소량으로 틀어놔 동파를 예방해 줄 것을 당부했다. ◆ 출근길 교통사고 급증, 도로 지.정체 = 시내 주요 도로에서도 결빙 구간이 녹지 않아 차량들이 미끄러지면서 연일 접촉사고가 발생하는 등 교통사고가 이어졌고 이 때문에 출근길 도로도 극심한 체증을 빚었다. 이날 오전 출근시간 내부순환도로, 잠수교, 제물포로 경인 1지하차도, 여의도공원 앞 도로 등 주요 간선도로와 주택가 이면도로 등에서는 경미한 차량 접촉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로 인해 월요일 정체현상과 더불어 이들 간선도로 등을 중심으로 차량들이 제속도를 내지 못하고 `거북이 걸음'을 하는 등 극심한 출근길 교통체증이 나타났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얼어붙은 관내 도로가 녹지 않아 이면도로 등에서 교통사고가 평소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 결빙도로로 낙상환자 속출 = 서울시내 각 병원에는 낙상(落傷)환자들도 속출했다. 강남구 포이동 Y 정형외과에는 평소에는 거의 없던 골절환자가 4∼5명 가량으로 늘어났으며, 광진구 중곡동의 N 정형외과에도 빙판길에 미끄러져 골절상을 입은 환자들의 발걸음이 줄을 이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젊은 사람들은 미끄러지더라도 타박상 정도에 그쳐 병원을잘 찾지 않지만 나이드신 분들은 손목이 골절되거나 허리를 다쳐 병원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 길거리 노숙도 감소 = 강추위로 길거리 노숙자들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대신 추위를 녹일 수 있는 노숙자 쉼터 등 복지기관에는 발디딜 틈이 없었다. 평소 60∼70여명의 노숙자들이 잠자던 서울역에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5일 저녁에는 10여명 만이 눈에 띄어 한산했다. 서울역 역전파출소 장준기(43) 경사는 "날씨가 너무 추워 낮에 서울역 구내에 머무르며 소일하던 노숙자들도 밤에는 자유의 집이나 노숙자 쉼터를 찾아가고 있으며 경찰에서도 순찰을 하며 따뜻한 곳으로 가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애복지재단 노숙자 쉼터에는 노숙자들의 방문이 이어져 수용가능 인원 150명에 육박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겨울이 되면 쉼터를 찾는 노숙자들이 느는게 당연하지만, 최근 급격히 기온이 하강하면서 평소보다 쉼터를 찾는 사람들이 급증했다"고 입을 모았다. 영등포의 자유의 집에도 평소 650명 수준이던 입소자가 최근 700여명으로 늘었고 잠만 자는 사람들의 숫자까지 포함하면 이 곳을 찾는 노숙자들의 숫자는 훨씬 많다는 것. 청량리역 인근에서 노숙자를 무료진료하는 다일천사병원의 경우 입원환자 수가 30여명 선으로 3배나 늘기도 했다. 병원 관계자는 "날씨가 너무 추워 간경화나 당뇨 등의 증상을 보이거나 음주로 인해 금단현상을 앓고 있는 노숙자들의 증세가 악화되면서 대거 입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 범죄.시위집회는 줄어 = 범죄나 집회.시위 건수도 급감했다. 일선 경찰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강추위가 계속되면서 집회 신고건수는 평소의 절반으로 줄었으며, 이마저 실제 집회가 개최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강추위로 시민들이 외출을 삼가면서 폭력, 상해 등 접수된 범죄 건수도 대폭 줄었다. 청량리서는 "평소 밤새 15건 가량 접수되던 형사사건이 절반으로 줄었고 그나마 경미한 폭력사건 뿐"이라며 "강추위로 밖에서 모임을 갖는 경우가 줄어들면서 생긴 현상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중부서는 "관내 평소 하루 5건 가량 신고되던 집회가 2건으로 줄었으며, 그나마 1월 들어 실제 개최된 집회는 전무하다"고 밝혔고, 강남서도 "최근 날씨가 추워 10여건 신고되던 집회수가 1∼2건으로 급격히 줄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영은 황희경 이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