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은 중부권뿐만 아니라 지방 전체를 들뜨게 하고 있다. 삼국시대부터 중앙집권적 정치.경제 체제를 다져온 우리 역사에 비춰 행정수도를 서울에서 분리해 지방 발전의 전기를 마련한다는 발상 자체가 지방을 기대에 부풀게 하기 충분하다. 이창기 대전대 교수는 "임금이 있는 서울은 곧 나라이기 때문에 지방이 희생해야 마땅하다는 왕조시대의 논리와 궤를 같이 하는 개발연대의 불균형 성장 불가피론이 먹혀 들던 시대는 끝났다. 지방은 너무 피폐하고 지방인들은 비전에 목말라 있기 때문에 행정수도 이전은 복음이나 다름없다"며 지방의 기대감을 전했다. 그동안 국토 전략은 수도권의 경제력을 극대화한 다음 넘치는 '동력'을 지방으로 자연스럽게 흘려 보낸다는 전략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수원~천안~아산~대전으로 이어지는 개발축은 80년대 후반부터 구체화 단계에 들어갔다. 아산만 공업단지와 평택항 건설 등은 그 산물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서울을 중심축으로 상정하고 '수도권을 충청권으로 확장하는' 전략이었다. 박양호 국토연구원 국토계획실장은 "아산권 개발, 서해안 개발 역시 '60~70년대에 구축된 서울 집중형 불균형 성장 불가피론'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면서 "차기 정부가 추진하려는 행정수도 이전을 통한 지역발전 전략은 수도권과 중부권을 '투톱'으로 내세우는 것으로 기존 정책과는 맥을 달리한다"고 진단했다. 중부권을 '국토의 핵'으로 가져갈 경우 남한 대부분의 지역이 행정수도를 중심으로 '반나절 생활권'에 속하게 된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낙후감' 내지는 '변두리' 정서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지역 균형발전의 물꼬를 트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으로서는 행정수도가 떨어져 나간다기보다 '수도권의 영역이 충청권으로 확장된다'고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속철도 개통 등으로 수도권과 중부권은 시간·거리로 봐 사실상 연계될 것이기 때문이다. ◆ 전국의 범(汎)수도권화 =행정수도가 국토 중앙에 위치하게 되면 '수도권과 비(非)수도권'의 이분법적 국토 구조가 '네트워크' 구조로 바뀌게 된다. 전국의 생활권이 좁혀진다. 이를테면 남해안 지방에서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 행정업무를 보기 위해 상경하는 데 5∼6시간 걸리지만 중부권으로 행정수도가 이전할 경우 1∼2시간이면 다다를 수 있게 된다. 조주현 건국대 교수는 "중부권은 접근성 측면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보다 월등한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다"며 "행정수도가 중부권으로 이전되면 전국이 범(汎)수도권화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 교통 인프라 앞세운 균형발전 전진기지 =중부권은 국토의 대동맥인 고속도로들이 동서남북에서 모였다 분산되는 교차로다. 기존 경부 호남 중부 등 기간 고속도로망에 이어 지난해에는 서해안 고속도로와 대전∼진주간 고속도로가 개통됐다. 또 민간 자본으로 처음 건설된 천안∼논산간 고속도로와 현재 건설 중인 당진∼대전, 서천∼공주간 등 동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중부권은 물류 중심기지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한국도로공사 전영렬 부장은 "대전∼진주간 고속도로가 개통돼 이 구간 운행시간이 이전보다 2시간반 가량 줄어든 1시간반에 불과해졌다"며 "현재 영동의 강릉 속초 일대를 제외하면 전국 어디서든 고속도로로 2시간이면 대전에 도착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92년 착공한 경부고속철도 1단계 사업인 서울∼대전 구간이 오는 12월께 개통된다. 고속철도는 서울에서 천안까지 34분, 대전까지 47분에 주파한다. 오는 2015년께 개통될 예정인 호남고속철도 역시 충청권과 호남, 그리고 수도권을 1시간대 생활권으로 묶어줌으로써 새 행정수도가 갖는 시너지 효과를 더욱 증폭 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충남대 육동일 교수는 "행정수도는 중부권의 사통팔달 교통망을 국토 균형발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는 촉매제로 활용할 수 있다"며 "특히 수도권을 벗어난 주거지와 교육타운으로 각광받게 될 천안.대전 지역에 대한 사전 도시계획이 치밀하게 세워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전=백창현.홍성원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