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에 '경찰 수사권 독립' 추진 내용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차기정부 임기중 국가경찰 창설50년 이래 최대 숙원인 수사권 독립이 이뤄질지 자못 기대를 갖고 있다. 노 당선자는 월드컵 때인 지난 6월25일 서울경찰청 기동단을 방문한 자리에서이대길(李大吉) 서울경찰청장에게 "나는 분권주의자다. (당선되면) 큰 선물을 주겠다"며 경찰 수사권 독립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그는 이어 "경찰이 다른 관료조직보다 변화의 방향이 올바르고 속도가 빠르다"며 우호적인 경찰관도 피력했다. 경찰 수사권 독립 공약은 대선후보 공약자료집에도 구체화돼 경찰제도의 획기적개선을 거론하며, 세부항목으로 "경찰에 절도, 폭력, 교통사고 등 민생치안 범죄에대한 독자적 수사권 부여를 추진하겠다"고 수사권 독립을 명시했다. 역대 대통령 당선자중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관해 가장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형태로 공약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경찰은 어느 때보다도 기대가 크다. 경찰 내부적으로도 경찰대 동문회가 대선을 앞둔 지난 9월말 경찰대 출신 대학교수, 연구원 6명으로 수사권 독립 연구팀을 발족, 내년 3월까지 공청회, 세미나 등개최 등 공론화를 거쳐 연구서를 편찬키로 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 경찰 간부는 23일 "강절도, 폭력, 과실치사상 등 경미한 민생 침해 범죄는검찰 수사 지휘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검.경의 이중조사에 따른 국민부담을줄이기 위해서도 수사권 독립은 필요하다"며 "당선자 공약이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의 이러한 높은 기대에도 불구, 전례에 비춰 검찰의 조직적 반대로 인해 수사권 독립 공약이 실현되는데는 적지않은 진통이 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김대중(金大中) 정부 출범 초기 자치경찰제 대선공약을 계기로 경찰내에서 수사권 독립 주장이 제기되자 검찰은 이를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책자를 펴내는 등 조직적으로 대응했다. 급기야 경찰청이 99년 5월초 자치경찰제와 수사권 독립 추진의 공론화를 본격화하자 검찰은 수사권 독립 문제와 관련, ▲국가소추기관인 검찰제도의 부정으로 형사소송 구조의 근간 붕괴 ▲인권상황 악화 등을 거론하며 '절대 불가'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이론적 반대에만 그치지 않고 ▲경찰이 대행하는 즉심 청구권 환수 추진▲경찰서 유치장 감찰 강화 지시 등 '실력 행사'에 나섰고, 경찰은 이에 맞서 검찰파견경찰의 원대복귀를 지시하는 등 사태는 '권력싸움' 양상으로 번졌다. 이 와중에서 경찰청 정보국장이 수뢰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는 악재가 터져 나왔고, 수사권 독립 추진이 국가기관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외부에 비쳐지면서, 청와대의 수사권 독립 논의 중단 지시로 이 논의는 물밑으로 잠복했다. 수사권 독립 문제는 이처럼 형사소송법상 검찰의 수사 지휘권에 손질을 가하는민감한 사안인데다, 김대통령의 자치경찰제 공약도 임기중 실현되지 않은터라 공약의 실천 과정에서 '시기상조론' 등에 부딛쳐 좌초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경찰대 출신의 한 간부는 "공약에 나와 있다고 수사권독립이 선뜻 이뤄지리라고결코 기대하진 않는다"며 "수사권 독립은 결국 통치권자의 의지에 달린 문제인만큼형사사법제도 개혁의지가 높은 노 당선자의 결단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영은기자 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