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라지만 모두들 취업 경력을 쌓느라 바빠요. 인턴이나 아르바이트뿐만 아니라 심지어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커리어 관리형'으로 스케줄을 짤 정도예요."

겨울방학 중 모 외국계 회사의 인턴사원 자리를 놓고 수십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는 김소영씨(서울 S대학 영문과 3학년)는 "대학가 방학 풍속도는 '취업준비 현장실습 기간'"이라고 전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실무경력 및 능력을 철저하게 따지고 경력자를 선호하는 채용 풍토가 확산되면서 대학생들의 방학 풍속도도 확 바뀌고 있다.

지난 가을 평균 1백대 1을 웃도는 사상 최악의 취업전쟁을 경험한데다 내년 봄에도 주요 대기업들이 경기 불안 등으로 채용 규모를 예년에 비해 줄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 사이에 취업준비 경력 쌓기 열풍이 불고 있는 것.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에도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자리 문의와 청탁이 쏟아지고 있다.

한 외국계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무보수라도 좋고 단순한 일거리라도 좋으니 인턴 경력을 남길 수 있게 해 달라며 찾아오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22일 채용정보업체 잡링크(www.joblink.co.kr)가 대학생 2천5백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총 응답자의 75%가 '이번 겨울방학에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이라고 응답했고 이 중 38%가 '취업을 위한 경력을 쌓기 위해 일한다'고 답했다.

또 '취업에 도움이 된다면 근로조건이나 임금조건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54%에 달했다.

선호하는 일자리도 '일반사무 관련직'(27%), '컴퓨터 관련직'(25%), '서비스 관련직'(17%), '교육 관련직'(11%) 등으로 하나같이 '커리어 관리형'들이다.

잡링크 김현희 실장은 "최근 몇년새 기업들의 경력자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신입 구직자들도 아르바이트나 인턴 활동을 통해 실무 경험을 쌓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추세로 인해 방학중 정부기관이 운영하는 직장체험 프로그램도 만원이다.

올해 노동부의 '청소년 직장체험 프로그램'에는 모두 4만6천명의 대학생들이 몰렸다.

노동부는 내년에도 모두 5백43억원의 예산을 들여 4만4천명의 대학생 및 청소년에게 인턴취업지원제와 연수지원제 등 청소년 직장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할 계획이다.

방학 아르바이트 알선을 전문으로 하는 서비스업체도 성업 중이다.

최근 들어 채용 방식이 경력 중심으로 바뀌면서 '인턴부터 제대로 밟아야 취직이 잘된다'는 인식이 확산돼 대기업의 장.단기 비정규직을 알선해 주는 인력파견 업체들이 특수를 맞고 있다.

김화수 잡코리아 대표는 "최근 조사에서 주요 대기업중 25%가 내년 채용규모를 줄이겠다고 밝혔다"면서 "정규취업이 힘들수록 구직자 사이에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같은 비정규직 경력을 미리 쌓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호.이태명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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