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합격자 1천명 시대를 맞아 예비 법조인들의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연수원을 갓 졸업한 초임 변호사 2명이 일반대기업체의 영업부서 대리로 취업, 활동중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99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정광일(29) 변호사는 올초 사법연수원을 졸업한뒤 연수원 동기생 김준호 변호사와 함께 곧바로 LG투자증권에 대리 사원으로 입사,각각 IB(Investment Bank)사업부와 법무팀에서 일하고 있다. 통상 사법연수원 졸업생들이 기업체에 입사하는 경우 최소한 과장 이상으로 채용되던 관행에 비춰 정 변호사 등은 자신들의 눈높이를 많이 낮춰 취업한 셈이다. 하지만 정씨는 본인의 선택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대다수 법무실에서 일하는 기업체 변호사들과 달리 일선 영업부서에 몸담고 있다. 정씨는 법률지식을 앞세워 각종 협상 테이블에 나서고 계약서의 문구를 수정하는 일을 도맡는 것은 물론 항상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개진하는 등 1년도채 안돼 변호사인 동시에 회사원으로서 입지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로펌에서 도제식으로 일을 배우는 다른 변호사들과 달리 변호사 업무를스스로 깨우쳐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과 변호사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개발을 해야하는 환경이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기업에 몸담고 있다 보니 기업관련 법률서비스에 있어 수요자의 요구가무엇인지를 제대로 알 것 같다"며 "그런 점은 문서에 갖혀 지내기 쉬운 일반 변호사들이 누리기 힘든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정씨는 진로를 고민중인 후배 법조인들에 대해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은 적절치않은 것 같다"며 "변호사들에게도 다양한 길이 열리고 있고 기업체 생활도 전문성을갖출 수 있다는 면에서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