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물류업체인 대한통운은 자사의 제일 큰 무형자산으로 노사화합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 회사의 신노사문화는 회사가 가장 어려울 때 마침내 진가를 발휘했다. 동아건설에 대해 지급보증(7천8백60억원)을 선 탓에 한때 회사가 존폐의 기로에 섰지만 "노사가 하나로 뭉치면 일어설 수 있다"라는 노사상생의 신념으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 설비 자동화나 기계화가 경쟁력인 일반 회사들과는 달리 물류기업인 대한통운에겐 인적 자원이 성장의 근간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99년 5월 전문경영인으로 취임한 곽영욱 대표는 철저한 능력위주의 인사제도를 단행, 직원들의 근로의욕을 고취시켰다. 통상 임원급이 발령받는 지사장 자리에 부장급 인사를 앉힐 만큼 파격적이고 과감한 인사도 단행했다. 수익의 공정한 분배를 통해 직원들에게 "일한 만큼 벌 수 있다"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곽 대표는 당시 기업이 처한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인사 투명성', '스피드경영'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재무 및 사업구조조정을 인력구조조정보다 우선적으로 시행했다. 고금리 상환 등 금융비용 절감효과는 인력구조조정 보다 훨씬 큰 효과를 가져 왔으며 이는 신노사문화가 회사에 뿌리내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노조 또한 회사와의 고통분담을 피하지 않고 상여금, 복지비 일부 반납 등 뼈를 깍는 위기극복 노력에 동참했다. 금융권 여신중단으로 유동자금이 부족하자 노조위원장, 전임원들이 자신의 부동산을 담보로 2백억원의 자금을 차입하는 등 회사살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대한통운은 신뢰가 최대의 경영자원이고 진실이 최고의 경쟁력이라는 믿음에 따라 분배위주의 이기적 교섭을 생산중심의 협의회로 전환했다. 경영전략회의시 전지점장은 해당 노동조합 지부장과 동반참석해 경영실적과 사업계획을 공유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경영마인드 유무가 회사의 발전을 판가름한다는 곽사장의 경영철학에 따라 모든 경영실적과 제무제표 현황, 인력수급 현황 등 모든 경영제반 자료를 전자게시판을 통해 직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또한 이사회의, 경영전략회의 등 사내의 중요한 회의는 사내방송을 통해 생방송하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