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비영어권 국가에서 영어를 가르칠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학생들을 '완벽한 네이티브'로 만들겠다는 '실현불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응용언어학계의 세계적 석학인 헨리 위도슨 영국 런던대 명예교수는 옥스퍼드대학출판부(OUP) 한국지사가 8일 한양대에서 주최한 영어교육 특별 강연회에서 "외국어 교육은 철저히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많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원어민'과 똑같은 발음을 가르치려고 애를 쓰지만 이것은 엄청난 시간 낭비"라며 "더 중요한 것은 효과적이고 현실감 있는 영어교육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처럼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나라에서의 언어 맥락은 문화적 차이로 인해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환경과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 따라서 "영국이나 미국의 교재나 교수법을 그대로 도입하기보다는 한국적 현실에 맞게 현지화(localize)하고 학생들의 관심사에 맞게 언어 맥락을 고안(devise context)해내야 한다"고 위도슨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또 "의사소통은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 등 모든 측면을 포함한다"며 "의사소통 능력을 키운다면서 쓰기나 읽기를 무시한 채 말하기 교육에만 치중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학생들이 영어를 유창하게 말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문제"라며 "어떤 사람들은 말하는 능력은 좀 떨어지더라도 영어로 된 글을 빨리 읽고 제대로 이해하는 데 더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위도슨 교수는 "학생들마다 영어를 배우려는 목적은 각기 다르다"며 "교사들은 학생들의 욕구가 무엇인지를 파악해 그에 맞는 영어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국 런던대 언어교육학 및 에섹스대 응용언어학과 교수를 역임한 위도슨 교수는 응용언어학 및 언어교육 분야의 최고 권위자 중 한 사람이다. 응용언어학저널(Applied Linguistics Journal)의 창립 편집인이기도 한 그는 지난 90년부터 옥스퍼드 사전위원회 고문으로 위촉돼 지금까지 10년 이상 혼비영영사전 편찬작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