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 형사9부(이인규 부장검사)는 6일 계열 금융회사를 통해 3천억원 가량을 편법 조달한 혐의로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과 신준수 전 한남투신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7일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나씨와 신씨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나씨는 그룹의 자금난이 계속되자 지난 98년 3월 한남투신을 인수한 뒤 계열사들이 발행한 기업어음(CP) 만기를 연장하거나 계열사 채권 1천8백억원을 새로 매입하는 방식으로 2천5백억원을 편법 조달, 계열사 운용자금으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나씨는 또 계열사인 대한중석이 다른 부실 계열사들에 4백50억원을 담보 없이 빌려 주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남투신은 거평으로 넘어간 뒤 거평 계열사에 대한 편법 자금지원으로 9백80억원의 손실을 입고 98년 말 퇴출됐다. 신씨는 이 과정에서 나씨와 짜고 거평 계열사들이 발행한 CP를 사들여 나씨에게 7백억원 가량의 한남투신 인수 자금을 마련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신씨는 그러나 "거평이 한남투신을 인수하더라도 한남투신이 부실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거평의 CP를 할인해 줬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나씨는 현재 고혈압 등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 중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