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장갑차 운전병 무죄평결을 계기로 전국에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사격장 설치를 위해 사유지에 폐장갑차를 배치, 주민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 주한미군을 대신해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항소6부(재판장 김지형 부장판사)는 6일 "미군이 사격장 설치를위해 사유지 입구 등을 폐장갑차로 막는 바람에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이갑순(71.여.동두천시 생연동)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주한미군을 대신해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한미군은 원고의 토지에 대해 어떠한 사용권도 가지지않았음에도 원고 토지 진입로에 폐장갑차를 배치, 통행을 막아 원고의 토지소유권을방해한 만큼 피고는 SOFA에 따라 미군을 대신해 배상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는 96년 미군이 장갑차를 철수시켜 현재 토지이용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항변하지만, 이것이 자국정부의 침해가 아닌 외국군대에 의한 침해라는점, 외국군대가 오히려 자국 정부와의 조약을 근거로 토지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주장한 점, 정상적으로 땅의 소유권을 돌려받을 방법이 제한된 현실 등으로 원고가 겪은 정신적 고통은 극심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96년 장갑차 철수의 결정적 원인도 원고를 비롯한 쇠목마을 주민들의결사적인 반대에 있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씨가 "미군은 우리토지에 대한 전용사용권이 없다"며 국가를상대로 낸 사용권부존재 확인소송은 "재판에서 승소한다고 해도 주한미군에 판결의효력이 미치지 않아 실효가 없다"며 기각했다. 미군측은 지난 54년 경기도 동두천시 광암동 쇠목부락 논밭 1천800여평에 주둔해 토지를 사용하다 96년 3월부터 사격장 설치를 위해 사격목표물로 사용할 폐장갑차 8대를 마을 주민들의 주요 통행로에 배치했으나 주민들의 격렬한 저항에 밀려 그해 5월 장갑차를 철수시켰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