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세종로 미 대사관 주변으로 향하는 길목과 도로는 수 천개의 촛불로 가득찼다. 여중생 사망사건의 미군 피고인들에 대한 무죄 평결에 항의하고 여중생들을 추모하기 위해 온라인상에서 추진된 이날 `촛불 추모행사'에는 중.고생에서부터 회사원, 자녀의 손을 잡고 온 가족 등 2천여명에 달하는 네티즌과 시민이 참가, 재판결과에 대한 분노를 나타내며 대사관 앞으로 행진했다. 80년대 시국미사를 떠올리게 했던 이날 모임에 참석했던 네티즌과 시민들은 오는 7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촛불 추모행사'를 갖고 14일에는 시청 앞에서 열리는 대규모 반미집회에도 참가, 모임을 정례화하면서 한국민들의 분노를 전달할 계획이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문규현 신부)도 신부 10여명과 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2일부터 오는 9일까지 미 대사관 옆 광화문 열린 시민마당에서 `살인미군회개 촉구를 위한 생명평화 단식기도회'를 개최한다. 신부들과 신도들은 기도회 기간 매일 시국미사를 열고, 미군 무죄평결에 대한 항의의 뜻을 밝힐 예정이다. 온라인상에도 미군 무죄평결에 대한 항의는 네티즌들 사이에 이어지고 있다. 무죄평결 이후 미 백악관 사이트 등을 상대로 이뤄지던 항의 e-메일 보내기는 지난 1일에는 백악관 서버를 다운시키기 위한 사이버 시위로까지 발전했다. 네티즌 사이에 가장 보편적 의사소통 수단이 된 인터넷 메신저에는 여중생을 추모하는 의미로 리본이나 삼베 표시를 하자는 의견이 퍼지면서 이에 동참하는 네티즌의 수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고 이번 사건을 그린 `플래시 애니메이션'도 네티즌들에의해 속속 제작돼 인터넷에서 배포되는 등 `릴레이성 시위' 성격을 띠고 있다.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의 이소희 사무국장은 "무죄평결이 상식적으로 납득할수 없다 보니 사건 초기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던 시민들까지도 동참하고 있다"며 "소수 극렬분자들의 행동으로 치부하는 양국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앞으로 더 많은 시민이 이런 릴레이성 항의시위에 참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