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할당제 도입을 검토중인 서울대가 개교 이래 처음으로 신입생의 출신지역 분포 통계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에서 서울의 경우 수험생 인구 비율은 전체의 25.3%에 지나지 않는데 비해 서울대 입학생 비율은 41%로 나타나는 등 극심한 지역 편중 현상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시.도별 인구비례를 기준으로 신입생을 모집한다는 정운찬 서울대 총장의 '지역할당제 도입'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가 1일 발간한 '2000~2001 서울대학교 백서'에 따르면 2001학년도 신입생 4천5백37명중 41%가 서울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과 대구를 포함한 영남지역 출신은 전체의 28%였으며, 인천을 포함한 경기지역 11%, 대전을 포함한 충청지역 9%, 광주를 포함한 호남지역 8%, 강원도와 제주 등 기타지역 3%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한국교육개발원이 조사한 2001학년도 시.도별 일반계 고교 3학년생 수는 영남지역이 32.1%로 가장 많았고 서울 25.3%, 경기지역 20.5%, 호남지역 11.7%, 충청지역 8.0% 순이어서 시.도별 수험생 수와 실제 서울대 학생들의 출신지역별 비율에 큰 격차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서울지역 수험생의 서울대 진학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 반면 전국 대부분의 지역들이 수험생 인구 비율에 비해 서울대 진학 비율이 낮게 나타났다. 특히 경기지역 수험생 인구 비율은 20.5%인데 반해 서울대 합격생 비율은 11%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서울에 인접한 분당, 일산신도시를 비롯한 경기지역 고학력 학생들이 서울지역으로 위장전입 등을 통해 대거 전학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대는 지금까지 시.도별 출신지역 비율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 '사회적 파장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해 왔다. 대신 매년 신입생 일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시.도별 통계가 아닌 서울, 5대 광역시, 읍.면.동 등을 단위로 묶는 '신입생 특성'을 발표해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편 서울대 윤정일 교수(교육학과)가 3일 '제7회 관악교육정책 포럼' 주제발표를 위해 준비한 '올해 신입생 4천62명의 현황자료 분석'에 따르면 전국 2백32개 시.군.구 가운데 28%인 68곳이 서울대 신입생을 한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서울 강남.북의 격차도 심해 전체 25개 구 가운데 강북지역 2곳은 서울대 신입생이 한명도 없었다. 이에 따라 서울대가 소외지역과 계층을 배려한다는 목적으로 추진중인 지역할당제 도입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 관계자는 "정확한 시.도별 출신지역 통계가 공개됨에 따라 앞으로 지역할당제 도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더욱 엄밀한 토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