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시 왕궁리(王宮里) 유적에서 금 세공품이나 유리 관련 제품을 제조했던 공장으로 추정되는 사비도읍기(538-660년) 백제공방(工房)터가 발굴됐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홍성빈)는 지난 3월 이래 왕궁리 유적 중 서쪽 성벽일대 약 2천평을 발굴한 결과 바닥에는 자갈을 촘촘히 깔고 큰돌로 양쪽을 쌓아올린약 40m 규모의 인공 배수로(폭 150㎝)를 확인했다고 19일 말했다. 이 배수로 시설은 서쪽 성벽과 직각을 이룬 채 동서방향으로 형성돼 있으며 끝은 성벽을 관통하고 있다. 배수로 북쪽에는 20m 폭에 걸쳐 수레 바퀴자국이 남북방향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런 배수로 시설이 두른 안쪽 대지에서는 곳곳에 불 흔적을 가진 붉은 흙층이확인됨으로써 이곳에 모종의 대규모 시설이 있었음을 강력히 암시하고 있다. 발굴단은 배수로를 비롯한 유적 및 출토 유물 양상으로 보아 이곳에는 대규모공방(工房)이 있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발굴단은 그 근거로 불 먹은 붉은 흙층에서 다량의 도가니와 함께 금세공과 관련된 많은 금제품, 녹유리 조각 등이 확인되고 있음을 들었다. 배수로 바닥에서도 사비도읍기 백제 유물이 다량 확인됐다. 발굴단은 이번 발굴 성과를 통해 왕궁리 유적 조성과정과 그 문화적 성격은 물론 미륵사와 제석사 등지의 주변 백제 유적과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주요 단서를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단위 백제 유적이 남아 있는 왕궁리 유적은 지명 자체가 암시하듯이 문헌기록에는 명확히 보이지 않으나 백제가 도읍했던 곳이라는 견해가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는 곳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