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타계한 고 손기정옹이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 일장기를 가리고 시상대에 서 있는 모습을 찍은 컬러사진이 최초로 공개됐다. 18일 연합뉴스에 이 사진을 제공한 사람은 광주 북구의회 정상진(42)의장. 20여전부터 근대사 자료를 수집해 온 정의장은 이날 소화(召和)11년(1936년) 10월1일 동경 국제정보사가 발행한 월간 종합잡지 `세계화보(일본판)'에 실린 손옹의 수상 사진을 공개했다. 이 잡지가 발간된 시점은 베를린 올림픽이 폐막된 날(8월16일)로부터 한달반이 지나서다. 이번에 공개된 수상 장면에는 시상대 왼편에서 찍은 것으로 손옹이 월계수 화분을 앞가슴에 완전히 밀착, 일장기가 보이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카메라 기자들이 시상식 장면을 찍고 있는 모습이다. 1936년 8월23일자 동아일보의 `일장기 말소사건' 사진은 시상대 오른편에서 찍은 것으로 고개를 들고 화분으로 가슴을 완전히 가리지 못했으나 이 사진은 손옹이고개를 더 많이 숙인 채 월계수 화분을 가슴에 완전히 밀착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정의장은 "손옹이 고개를 떨구고 월계수 화분으로 일장기를 가린 것은 나라 잃은 자의 설움과 애국심의 발로에서 비롯된 것"며 "그동안 `일장기를 가렸다, 가리지않았다'는 논란도 이 사진으로 끝이 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화보에는 손옹의 모습 외에 일본선수단 입장, 3위로 입상한 남승룡 옹이 경기장 트랙을 달리는 장면이 생생한 컬러사진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 화보집은 정의장이 지난 94년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했던 전남 남평의 한 소장자로부터 건네 받은 것으로 정의장은 "영웅에 대한 평가는 사후에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에 공개를 미뤄왔다"고 말했다. 정의장은 "컬러 사진에 대한 진위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이를 입증할 만한 자료도 갖고 있다"며 "21권으로 된 화보집을 손옹의 기념관 등 유관기관은 물론 사료로 보관하기를 원하는 공공기관이나 단체에 기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남현호 기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