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친손자처럼 대해 주셨는데…, 한국 스포츠계의 큰 별이 가셨습니다" 전날 병문안을 다녀갔지만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32.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 감독)는 손기정 옹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다시 한걸음에 빈소를 찾아 절을 올렸다. "할아버지는 제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기대곤하던 정신적인 지주셨습니다. 저를 비롯한 마라톤 후배들을 항상 걱정해 주셨구요" 이달 초 폐렴으로 입원했을 때 찾아뵙고는 "이제 정말 예전같지 않으시다고 느껴 마음의 정리를 했다"면서도 황영조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괴었다. 그리고 8년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며 손 옹의 한을 풀어주던 그날을 회상했다. "`내 평생 소망이 후배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을 보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할아버지는 그 때 당신이 금메달을 따던 같은 날 같은 시에 대회가 열려 예감이 좋다면서 바르셀로나까지 직접 오셨습니다" 손 옹이 편히 눈감을 수 있도록 태극마크를 달고 마라톤 제패의 꿈을 이룬 황영조였지만 손 옹에게 죄송스런 부분도 있단다. "1등으로 들어오면 할아버지와 함께 경기장을 돌 생각이었는데 너무 탈진해서 바로 병원에 실려가는 바람에 그러지 못한 것이 지금 생각하니 너무나 아쉽습니다" `마라토너 손기정의 생애와 사상'을 대학원 논문으로 정할 만큼 손 옹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황영조는 "당시 논문을 쓰면서 한국 스포츠의 뿌리인 할아버지에 대한 연구나 자료가 너무 없어 안타까웠다"고 회상했다. 황영조는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다"면서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훔쳤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