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치하인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마라톤을 제패하며 대한 남아의 기개를 세계 만방에 떨쳤던 '마라톤 영웅' 손기정 옹이 15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0세. 손 옹은 노환인 폐렴 증세가 악화돼 갑자기 의식을 잃은 채 13일 서울 삼성서울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정신을 회복하지 못하고 15일 새벽 0시40분께 별세했다. 지난 몇년간 노환에 따른 신부전증과 폐렴으로 고생해 온 손 옹은 특히 지난 9월부터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믿기지 않을만큼 건강했던 손 옹은 지난 98년 다리에 동맥경화 증세를 보이면서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지난 2000년부터는 치매 증세까지 찾아왔고 신부전증을 비롯한 각종 합병증에 기력이 크게 떨어져 지난해부터는 일체의 외부 접촉을 끊고 집에서 지냈다. 1912년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구멍가게와 행상을 하던 부모의 3남1녀중 막내로 태어난 손 옹은 한국 마라톤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산 증인이었다. 유족으로는 아들 정인씨(59.일본 거주)와 딸 문영씨(61)가 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