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살된 것으로 발표된 '개구리소년'들의 넋을 달래기 위한 위령제가 한 시민의 주도로 치러진다. 지난 10여년동안 가족 이상으로 실종 개구리소년을 찾기 위해 전국을 누볐던 나주봉(48.전국 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 회장)씨는 경북대 법의학팀의 타살잠정결론 발표를 듣고 소년들의 넋이라도 위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씨는 14일 "누군가에게 억울한 죽음을 당해 싸늘한 유골로 돌아온 그들의 혼이 따뜻한 안식처를 찾아갈 수 있도록 부모들과 협의해 이들이 발견된 대구 와룡산 중턱에서 내주중 `위령제'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나씨는 이날 종교계 인사들과 무속인들을 불러 개구리소년들을 위한 씻김굿등 넋을 기리는 의식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수사가 끝나면 장례식을 치르는 한편 소년들이 사라진지 12년째 되는 내년 3월에는 추모비도 세울 계획이다. 나씨가 이처럼 '개구리소년들'의 일에 마지막까지 발벗고 나서는 것은 그들이 그의 삶을 평범한 노점상에서 미아찾기 전문가로 탈바꿈시킨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나씨가 실종미아를 찾는 일에 뛰어든 것은 지난 91년 6월 인천 월미도에서 전단을 돌리던 '개구리 소년'들의 아버지 4명을 만나면서 부터였다. 당시 나씨는 각설이 차림을 하고 음반테이프를 팔러 트럭을 타고 각지를 돌아다니는 평범한 노점상이었지만, 사라진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는 부모들의 애타는 모습을 보고 전단지를 나눠갖고 장사 틈틈이 시민들에게 뿌리기 시작했다. 곧 전국을 무대로 테이프, 옷가지 등을 파는 그의 노점트럭은 사라진 아이를 찾는 부모들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미아의 사진과 이름을 게시하는 등 '실종미아 홍보트럭'으로 바뀌었다. 나씨는 각지를 돌아다니며 실종미아들을 찾기 위한 정보공유가 필요하다고 판단, 2000년 4월 200여 실종미아 부모를 회원으로하는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을 결성했다. 그의 노력으로 가족들의 품으로 되돌아간 아이는 20명을 넘어섰다. 그는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며 미신고 보호시설 등록 의무화 등을 규정하는 실종미아에 관한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나씨는 "개구리소년들은 비록 싸늘한 유골로 돌아왔지만 그들을 찾기 위한 노력끝에 많은 미아들이 가족의 품으로 되돌아 왔고, 실종미아를 위한 법안이 마련되는등 개구리소년들에게 큰 빚을 졌다"며 "넋을 기리는 영혼제로 어린 영혼들이 저세상에서나마 편안히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