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이사 K씨(49)는 최근 동문체육대회 축구경기에 출전했다가 나이의 한계를 절감했다. 젊었을 때만해도 '만능스포츠맨'으로 불릴만큼 운동에 자신 있었지만 막상 뛰어보니 10분도 버티지 못하고 벤치 신세를 지게 됐기 때문이다. 운동 부족을 절감한 K씨는 직장 근처의 헬스클럽에 등록, 매일 오후 한시간씩 운동을 하고 있다. 중년이 중년을 느낄 때는 예전같지 않은 체력이나 성적 능력을 실감하면서부터다. 국어사전에선 마흔살 안팎의 나이를 중년으로 정의하지만 의학적으로는 40세부터 64세까지를 말한다. '중년을 무사히 넘기면 천수를 누릴 수 있다'는 말처럼 평균수명까지 생존하기 위한 가장 큰 고비가 이 시기의 건강이다. 출생부터 30대 후반까지 사망률은 큰 변동이 없다가 40대에 이르면 30대의 2배, 50대부터는 4배까지 급증한다. 사망원인도 암이나 뇌졸중.심장병 등 심각한 성인병 일색이다. 또 중년부터 실제 연령과 '건강 나이'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벌어진다. 건강나이는 생활습관이 축적된 결과다. 건강관리에 소홀한 사람과 노력한 사람의 격차가 중년에 더욱 커지고 이는 노화속도와 수명, 나아가 삶의 질을 좌우하게 된다. 중년은 의학적으로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기다. 정기적인 건강진단은 물론 적절한 운동과 생활습관및 식생활 개선 등을 통해 건강하고 활력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중년은 건강의 고비 =40대부터 인체의 면역기능은 청년기의 절반 정도로 낮아져 발병률이 높아지고 회복력은 떨어진다. 이로 인해 암이나 중풍 고혈압 동맥경화 당뇨병 등 성인병의 발생률이 높아지고 기억력도 서서히 나빠진다. 성기능도 노화된다. 남녀 모두 성호르몬이 급격히 줄면서 발기나 질분비가 충분치 않게 된다. 갱년기를 겪게 되는 것이다. 또 한국의 40대는 육체적으로 기력이 떨어지는 동시에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로 과중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으로 소화기질환 고혈압 등 신체적인 질병은 물론 우울증이나 불면증 같은 정신적인 질환도 유발한다. 각종 질환들이 중년을 노린다. 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과 관상동맥 경화에 따른 심근 경색은 중년 남성들에게 닥치는 돌연사를 불러 일으키는 가장 큰 위험요인이다. '3대 성인병'이라 불리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은 뇌졸중과 동맥 경화의 숨은 주범이다. 중년여성들이 가장 두렵게 생각하는 질병은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난소암 유방암 등 각종 여성암이다. 폐경 이후에 주로 발생하며 누적된 고지방 식사나 커피 등 카페인 섭취, 흡연 등이 암을 유발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건강하게 사는 법 =모든 질병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중년에 찾아오는 질병은 예방과 조기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다. 적당한 운동과 올바른 영양섭취 등을 통해 노화속도를 늦추고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기적인 검진과 전문의와의 상담 등을 통해 잘못된 생활습관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술과 담배를 끊고 체중을 조절하면서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중년 질병 예방과 건강한 노후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피로는 신체적인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리적 신호다. 특히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린다면 심신의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한 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년들은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 꾸준히 하는게 바람직하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게 좋다. 엔진이 부실한 차가 제 기능을 못하듯 인체 역시 심장과 폐가 부실하면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하다. 따라서 수영이나 달리기, 빨리 걷기, 자전거 타기 등 심폐기능을 강화시키는 유산소운동이 필요하다. 차체에 해당하는 뼈와 근육 관절을 튼튼히 하는 운동도 유산소 운동 못지 않게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나 관절 등은 눈에 띄게 약화된다. 근육이 감소하면 에너지 생성도 줄어들어 쉽게 피곤을 느끼고 뼈와 뼈사이에서 완충역할을 하는 연골과 인대 활막의 기능이 떨어지면 퇴행성 관절염이 찾아온다. 적절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을 증가시키고 관절의 퇴화를 막으면 이같은 노화과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 신체적으로 큰 통증이나 불편한 증상이 없으면 병원에 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가족들의 관심과 도움이 중요하다. 중년부부들은 배우자의 건강이상 증상에 세심하게 신경써야 한다. 체중이 갑자기 줄었다든가, 유난히 피곤해 한다던가 소화장애 기침 가래 등이 계속된다면 심각한 질병이 아닌가 의심하고 병원을 찾도록 권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 도움말 : 윤종률 한림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이승남 베스트클리닉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