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박사 기피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2년째 대학원 미달사태를 기록한 서울대가 개교이래 처음으로 박사과정 정원을 감축했다. 박사과정 정원 감축은 서울대가 `연구중심 대학'을 표방하며 매년 대학원 정원을 대폭 증가시켜온 것에 비춰볼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대(총장 정운찬)는 12일 교육인적자원부와의 2003학년도 대학원 정원 조정결과, 박사과정 정원에서 37명을 줄이고 이 인원을 석사과정 정원에 배정했다고 밝혔다. 단과대별로는 사회대 박사과정이 지난해 86명에서 67명으로 19명 줄었고 공대 박사과정이 451명에서 436명으로 15명, 약대가 48명에서 45명으로 3명 줄었다. 인문대 박사과정 정원은 10명 감축됐고 협동과정으로 운영되던 천연물과학 전공(박사정원 8명)도 폐지되고 약학대학의 일반대학원으로 흡수했지만 이 인원은 공연예술학 협동과정 신설에 따른 정원 재배정과 종양생물학 등 일부 협동과정 증원으로전체적인 박사과정 정원 감축폭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서울대가 유례없는 박사과정 정원 감축을 실행한 것은 최근 대학원 입시에서의 2년 연속 미달사태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에 박사과정 정원이 줄어든 인문대와 사회대, 공대, 약대는 최근 대학원 입시에서 모두 미달사태를 빚었다. 인문대 15개 학과중 언어학과와 종교학과를 제외한 13개 학과가 미달됐으며 2개학과에서는 아예 지원자가 한명도 없을 정도로 저조한 지원속에 0.6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약대는 0.45대1, 공대는 0.81대 1로 모두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사회대는 1.01대 1로 겨우 정원을 넘겼지만 지난해 입시에서는 사회복지학과를 제외한 전 학과가 미달이었고 0.5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대는 최근 5년동안 박사과정 정원을 1천241명에서 1천677명으로 약 30% 이상 늘렸고 석사과정도 3천303명에서 3천655명으로 늘렸다. 학교측은 "대학원의 획기적인 질 제고를 위해 박사과정 정원을 감축했고 석사과정을 포함한 대학원 전체 정원도 당분간 동결할 방침"이라고 말해 내년에도 박사과정 정원이 감축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