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재 한국영사관 직원들이 중국동포(조선족)들로부터 돈을 받고 한국에 들어갈 수 있는 비자를 불법으로 발급해주다 검찰에 적발됐다. 한국에 들어온 일부 중국동포들은 전문 브로커를 통해 호적을 '세탁'한 뒤 어엿하게 한국인 행세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검 외사부(안창호 부장검사)는 10일 비자 및 여권을 부정 발급해준 전 베이징 주재 한국영사관 영사 양승권씨(58.김해출입국관리사무소장)와 전문 브로커 등 12명을 적발, 6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호적을 세탁해준 윤춘자씨(39) 등 브로커와 중국동포 등 46명을 적발해 이 중 26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덧붙였다. ◆ 영사관 직원이 비자 불법 발급 =검찰은 수많은 중국동포들이 한국에 불법 입국할 수 있었던 데는 한국영사관 직원들의 묵인과 협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조사 결과 영사관 직원들은 중국동포들이 비자를 받기 위해 낸 초청장이 허위로 작성된 사실을 알면서도 비자를 내줬다. 중국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 부영사 최종관씨(45.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 조사과장)는 이런 수법으로 99년 10월부터 작년 6월까지 2백61명에게 비자를 발급해 줬고 그 대가로 미화 60만달러(7억5천만원 상당)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베이징 한국영사관 영사였던 양씨도 작년 10월께 비자 발급 대가로 미화 2만3천달러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 호적세탁으로 한국인 행세 =불법 비자를 통해 일단 한국에 들어온 중국동포들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한국인으로 호적을 세탁했다. 허위 출생신고로 호적을 얻는게 대표적인 수법. 브로커들은 생활정보지 광고를 통해 호적 취득을 원하는 중국동포들을 모은 뒤 "4∼5세 때 가족을 잃고 헤어져 지내다 최근 극적으로 상봉했다"며 출생신고서를 허위로 작성, 이들을 한국 국적 노인의 호적에 올렸다. 브로커들은 이를 위해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약간의 돈을 주거나 아예 이들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호적을 빌리기도 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고아로 위장한 뒤 "출생신고가 누락됐다"며 법원에서 취적(取籍)허가를 받는 수법도 적발됐다. 전문 브로커의 도움을 받은 이들은 취적신청을 통해 '연안 천(天)씨' '한양 이(李)씨' 등 새로운 성과 본을 창설했다. ◆ 문제점과 향후 대책 =검찰은 동사무소 경찰 등 호적 관련 공무원들의 미숙한 일처리가 호적세탁을 부추겼다고 밝혔다. 17세 이상인 사람이 최초 주민등록을 신청할 때 동사무소는 반드시 경찰에 신원조회를 의뢰해야 하는데 대부분 이를 지키지 않았다. 경찰도 호적을 제공한 사람과 중국동포 본인에게 전화해 출생사실 성장과정 등을 확인해야 하는데 이를 빠뜨린 경우가 확인됐다. 검찰은 이에 따라 행정자치부 경찰청 등에 호적 등재에 대한 구체적인 업무지침을 마련토록 하고 위반시 허위공문서 작성, 직무유기 등으로 형사 입건할 계획임을 통보했다. 검찰은 또 외국인 불법체류가 사회문제화하는 점을 감안, 관계 부처에 출입국 관리 및 산업연수생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종합대책 수립을 건의키로 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