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저녁 경기도 수원의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9층 강의실. 40명의 대학졸업반 학생들이 취업강의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 취업스쿨에 참가한 학생들은 모두 '중소.벤처기업에 취업한다'는 서약서를 작성했다. "이제 명함을 의식해서 취업을 하는 한가한 시대는 지났다고 봅니다." "저를 정말 필요로 하는 직장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전공도 못살리면서 대기업을 가느니 배운 것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으면 중소기업이라도 나쁠게 없잖아요?" 전공을 살려 회계쪽 직장을 원하고 있다는 이인휘씨(23.경원대 수학과)의 말처럼 취업스쿨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하나같이 '간판'보다는 '장래 직업취향과 경력(커리어)'을 챙기는 실속파들이다. 흔히 '대학생들이 중소기업 입사를 꺼린다'는 얘기가 이 곳에선 통하지 않는다. 경희대에 재학중인 김종배씨(26)는 "아무 생각없이 오로지 폼나는(멋있는) 명함만을 의식해서 대기업 입사에 매달리는 친구들은 차츰 '별종'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고 대학가의 취업기류를 전하면서 "최근들어 대기업 못지 않게 합리적인 경영을 하고 복지나 근무환경이 좋은 중소기업이 늘어나면서 신세대의 호응도 높아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대기업 입사에 실패하고 이 곳을 찾은 참가자도 있었다. 지난 여름부터 대기업 입사에 여러차례 도전했지만 실패했다는 원영만씨(27.아주대 물리학과)는 "전공과 전혀 상관 없는 보험영업직까지 지원하면서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전공을 살려 반도체 관련 업무 등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괜찮다"고 말했다. 이번 취업스쿨에 등록한 학생들은 아주대 경원대 수원과학대 한신대 등 수도권 12개 대학의 80명. 40명씩 두반으로 나뉘어 연말까지 이력서 작성, 취업전략 설정 등 두달 코스의 취업강의를 듣는다. 리크루팅 전문업체 스카우트(www.scout.co.kr)의 취업 컨설턴트들로부터 1 대 1 면담 등 개인맞춤형 취업지원서비스도 받는다. 이 센터는 2천여개의 중소기업들로부터 3백23개의 일자리를 확보해 놓고 교육에 참가한 대학생들의 눈높이와 진로선택, 직무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연계시켜 줄 계획이다. 3백23개 일자리의 평균 연봉은 1천7백만원. 센터의 박종영 과장은 "자신에 맞는 분야를 골라 일단 중소기업이라도 취업을 해서 전문적인 경력을 3∼4년 쌓은 다음 연봉 등 조건이 더 좋은 직장으로 전직한다는 장기적인 '커리어 관리'를 하는 추세가 최근들어 신세대들 사이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센터와 손잡고 스쿨을 운영중인 문영철 스카우트 사장은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를 떠나 자신의 인생진로에 맞는 직장에서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장기전략'을 세우는 대학생들이 최근들어 늘어나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