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 결과 점수대가 지난해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원인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출제위원회의 난이도 조절 실패냐,아니면 이른바 '이해찬 세대'의 학력저하 때문이냐가 논란의 핵심이다. 일선학교 진학담당 교사들은 난이도조절 실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세화여고 이태호 교사는 "수능을 쉽게 출제한다는 교육당국 방침에 따라 교사들도 이에 맞춰 가르쳤는데 점수가 낮아져 당혹스럽다"며 "학생 수준을 고려치 않은 난이도가 문제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경동고 최균성 교사는 "학교에서는 학생 개개인의 성취도를 따지는 절대평가를 실시하므로 학내 시험에선 어려운 문제를 내지 않는다"며 "일선학교의 교육현실이 난이도 조절에 반영됐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나 입시학원들은 '학력 저하'를 꼽았다. 수능출제위원이었던 박성혁 서울대 교수는 "교과서를 응용하면 쉽게 풀수 있는 문제를 냈는데 학생들의 문제 해결력이 떨어져 어렵게 느낀 것"이라며 "요즘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수험생들도 배운 내용을 실생활에 적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객관적으로 지난해보다 쉬웠지만 재학생들의 응용력이 떨어져 점수가 하락했다"는 지적(유병화 고려학력평가연구소 평가실장,신영 정일학원 평가이사)도 많았다. 일부에선 제도적 문제점이 수능 점수 하락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서울 계성여고 서범석 교사는 "학력저하 여부를 떠나 학교 수업은 암기식에서 발표학습 자료수집 등 기능위주로 변하는데 수능은 여전히 암기식 평가를 고집하는게 문제"라고 밝혔다. 이명천 중앙대 교수도 "교과서 내용을 얼마나 암기했느냐를 측정하기보다 학생 개개인의 성취도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수능이 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