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5층까지 계단을 타고 빨리 올라갔다 내려오는지 겨뤄 볼까요. 웬만한 젊은이한테는 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데…." 김정욱 한국고등과학원장(68)은 원장실 바로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5층에 있는 연구실들을 돌아볼 때도 언제나 계단을 타고 오르내린다. 김 원장은 지하철을 이용할 때도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는다. 운동삼아 계단을 뛰어서 올라간다. 에스컬레이터를 탄 젊은이들이 이상한 듯 쳐다보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그런 시선을 즐기게 됐다고 귀띔한다.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늙었다'는 생각에 자꾸 위축되고 움직이는 것을 귀찮아하면 몸과 마음이 훨씬 빨리 늙어버립니다. 항상 젊게 행동하고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야 젊음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김 원장은 주말이 되면 어김없이 산에 오른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거른 적이 없다. 오랜 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1997년 이후 해외 출장때를 제외하고는 일주일에 한번은 반드시 산을 찾았다. "집에서 가까운 북한산을 즐겨 찾습니다. 맑은 공기를 쐬면서 산에 올라 일주일간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버리죠.동행하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것도 커다란 즐거움입니다." 김 원장은 무엇이든 정기적으로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20여년간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할 때는 인근 골프장에서 일주일에 한두번씩 골프를 쳤다. 한국에 와서 골프를 하려니 골프장까지 오가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주종목'을 등산으로 바꿨다고 한다. 김 원장은 1997년 고등과학원장에 취임한 직후 건물 지하에 '체력단련실'을 마련해 틈나는 대로 운동을 한다. "연구도 건강해야 잘할 수 있다"며 연구원들에게 자주 내려가 운동을 하라고 권한다. 김 원장은 음식관리에 철저하고 엄격하다. 여기에는 존스홉킨스대 보건대학 교수로 있는 동갑내기 부인 김영자 박사의 영향이 컸다. 김원장은 육류 등 기름진 음식은 피하고 생선이나 야채를 많이 먹는다. 밥은 거의 먹지 않고 콩이나 오트밀 등으로 필요한 탄수화물을 섭취한다. 아침식사로는 김 원장 부부가 개발한 '영양주스'를 마신다. 오렌지주스 한컵에 시금치 케일(양배추의 일종) 등 야채가루와 마즙,단백질 가루,아마인(flaxseed) 분말,오메가-3지방산 등을 골고루 타서 마신다. 김 원장은 "지난 30∼40년 동안 정기적인 건강검진말고는 병원신세를 져본 적이 없다"며 "규칙적인 운동,젊은 마음가짐과 함께 음식을 가려먹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