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가채점 결과 올 수능 성적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일선 고교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가채점에서도 재학생의 성적이 좋지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고3교실이 일대 불안감에 휩싸였다. 학원가에선 재수생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소식이 들려나오는 가운데 지난해'단군이래 최저학력'이란 지적을 받았던 현재의 재수생보다 올해 고3학생의 학력이더 떨어진다는 입시전문가들의 우려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서울시내 대부분 고등학교는 성적 하락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일부 여고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고 교사들은 예상외의 점수하락에 망연자실한 수험생을 달래느라 진땀을 흘렸다. 또한 상대적으로 높은 난이도에 영향을 적게 받는 상위권 수험생보다 중위권 수험생들의 성적 하락폭이 큰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중하위권대에 수험생의 분포가 몰려 서울 시내 중하위권 대학과 지방대 입시에서 극심한 눈치작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여 교사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당황한 일선고교.느긋한 학원가 = "이제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고등학교가 4년제로 바뀌는 것인가" 재수생의 돌풍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고교 졸업뒤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서는무조건 재수를 해야할 것이라는 교사들의 한탄이다. 이에 비해 입시학원들은 수강생을 대상으로 일찌감치 논술과 면접준비에 들어가는 등 느긋한 분위기다. 미림여고의 경우 일부 수험생이 정답을 맞춰본 뒤 울음을 터뜨리는 등 혼란에서벗어나지 못했다. 보통 모의고사 수준 점수를 유지한 380점대의 상위권과는 달리 360점대가 30-40점 정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자 교사들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여는 등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배문고는 가채점 결과 예상과 달리 380점대 이상 상위권과 350점대 이상 학생들의 점수가 모두 2∼10점 가량 하향곡선을 그리자 교사들마저 서로 답답함을 호소하는 등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시험 당일 언어영역외에는 대체로 평이했다는 평가와 달리 재학생들은 수학과사회 역시 어려웠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단대부고 3학년 임한근 교사는 "등교한 학생들을 상대로 가채점결과를 확인해보니 재학생 자연계 1등이 370점 정도밖에 안되고 평소 370점 정도 받던 학생들도 340∼350 수준에 그쳤다"며 "한반에 대여섯명 정도는 등교조차 하지 않아 정확한 통계는 내일쯤에나 나오겠지만 입시기관들의 예상과 달리 점수는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대부분의 입시학원들은 재수생들의 수능점수는 적어도 5점 이상, 예상점수 상승폭 안팎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성학원측은 "많이 오른 학생들은 20점까지도 오른 것 같고 적게는 5점 정도상승했다"면서 "재학생들의 점수가 많이 떨어졌다고 하니 재수생들은 이번 입시에서훨씬 과감하게 지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 `안개속' 대입지원전략 = 일선 교사들은 막막한 심정이다. 일단은 학생들을다독이고 남은 관문인 심층면접과 논술 교육에 막바지 힘을 다해야 하지만, 재학생과 재수생의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져 학생지도에 엄두를 못내고 있다. 일단 모의고사와 비교, 점수가 소폭 상승하거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난 상위권수험생들도 지도교사와 상의, 재수생을 염두에 둔 지원전략을 짜고 있다. 서울 양천고의 경우 380점대 이상 상위권 재학생과 졸업생의 가채점 결과를 비교해 본 결과, 재학생들이 평소 모의고사 때의 점수를 유지하거나 2∼3점 정도 점수가 하락한 것과 달리 졸업생들은 오히려 10점 이상 점수가 오른 것으로 나타나 진학지도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서울고 3학년 국중영 교사는 "재학생의 경우 대략 평균 3~4점 정도 오른 것 같지만 최상위권이 370점대에 그칠 것으로 보여 인기학과인 의대와 법대 등은 재수생들의 독차지가 될 것 같다"며 진학지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비슷한 점수대에 많은 수가 몰릴 것으로 보이는 중.하위권의 경우에는 눈치작전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돼 진학지도에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이번 수능은 작년과 비교했을때 난이도가 낮아졌으나 고3학생들의 학력 저하로 재수생들과 재학생의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특히 자연계 인기학과 즉 의대, 한의학, 생명공학 계열 그리고 공과대 인기학과는 재수생들의 초강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앙교육 이재우 교육컨설팅 본부장은 "학부성적은 좋으나 수능성적이 예상보다낮게 나온 재학생은 재수생들과 경쟁을 피해 아직까지 원서 마감이 안된 각 대학 수시 2학기를 집중 공략할 필요가 있다"면서 "수능 성적이 안좋더라도 논술과 면접에서 만회할 수 있으므로 하루 빨리 희망 대학을 정한 뒤 각 대학의 유형에 맞춰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