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직원의 횡령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거나 비리를 알고도 보고를 미룬 직장 동료와 상사들이 회사에 거액을 물어주게 됐다. 서울지법 동부지원 민사합의 4부(재판장 한명수 부장판사)는 30일 운송업체인 J사가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직원 이모씨(37)와 이씨의 동료 및 상사 5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고를 낸 이씨가 J사의 모든 금전출납 업무를 담당했고 횡령방법도 PC뱅킹과 장부위조 등 지능적이었다고 해도 이씨의 상사들은 돈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을 정확히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동료와 상사들은 비리 사실을 알고도 임원들에게 보고를 미뤄 결과적으로 이씨의 횡령을 도왔다"며 "따라서 책임정도에 따라 J사가 입은 피해액을 물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씨의 동료와 상사들은 이씨가 빼돌린 돈 71억여원중 아직 갚지 못한 29억여원을 이씨와 연대해 갚게 됐으며 배상액은 직급에 따라 최소 2억9천여만원, 최고 10억5천여만원선이다. J사의 출납담당자였던 이씨는 회사의 50여개 예금통장을 모두 혼자 보관하면서 지난 2000년 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1백10여차례에 걸쳐 71억여원을 횡령했다. 지난해 1월 동료인 김모씨(37)에게 들키자 "곧 갚을테니 보고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으며 김씨의 상사들은 각각 5일∼1개월간 상급자에게 보고를 미뤄 회사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