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변호사에게 전화 한통만 했어도 손쉽게 해결됐을 문제를 "법률비용이 아깝다"며 혼자 고민합니다. 미연에 막을 수 있었던 문제가 소송으로 이어지기라도 하면 오히려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죠" 중소.벤처기업 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지평의 이병기 변호사(35)는 "법률비용은 쓸데없이 나가는 돈이 아니라 사업을 하는데 꼭 필요한 보험과 같은 것"이라고 강조한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변호사를 쓴다"고 하면 수백장짜리 의견서와 함께 엄청난 액수의 청구서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간단한 사안은 변호사에게 전반적인 의견을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돈이 적게 들뿐 아니라 처리기간도 빨라지거든요" 사시 34회인 이 변호사가 벤처.중소기업에 눈을 돌리게 된 건 지난 2000년 4월 "벤처기업 전문로펌"을 표방한 지평의 창립멤버로 들어가면서부터다. 4대 로펌중 하나인 법무법인 세종에서 기업 인수합병(M&A) 및 국제계약 업무를 맡던 그는 "대기업보다 더 많은 법률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에 힘을 보태기 위해" 지평에 합류했다. 당시는 "벤처 붐"이 일던 때. 신생 IT(정보통신)기업들의 외자유치 계약이 잇달았고 중견 중소기업들이 외국기업과 직접 판매계약을 맺었다. 다양한 법률조언이 필요했지만 이들이 큰 부담없이 자문을 구할만한 로펌이나 개인변호사는 많지 않았다. 대형 로펌에서 굵직굵직한 외자유치 및 M&A를 성사시켰던 주역들로 짜여진 지평은 이들을 하나씩 고객으로 맞아들였다. 이 변호사는 그 중심에서 활약했다. 시작은 지난 2000년 독일 펌프업체인 윌로-삼손이 LG전선 펌프사업부문을 인수하는 건이었다. 독일기업을 대리한 이 변호사는 협상내내 설득력 있는 논리로 딜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협상이 끝난 뒤 이 변호사를 다시 찾은 건 "상대편"이었던 LG측이었다. 협상내내 그가 보여줬던 성실함을 눈여겨 본 LG전선이 "사업부문을 팔 게 더 있으니 우리편이 돼달라"고 요청한 것. 이 변호사는 회사의 규모가 작다고 법률자문 업무가 쉽지는 않다고 설명한다. "사내 법률담당자가 없는 곳이 많은데다 법률마인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대기업을 자문할 때보다 더 힘들 때가 많습니다. 기업 설립에서부터 자본유치,업무제휴,지적재산권 문제에 이르기까지 챙겨야 될 사안도 한두 가지가 아니죠." 1992년 고려대 법학과 졸업 1992년 34회 사법시험 합격 1995년 2월 사법연수원 수료 1995년 3월 육군 법무관 1998년 3월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2000년 4월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현재) 글=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